롯데카드가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비자카드와 협업한 웨어러블 카드에 대해 근거리무선통신(NFC)방식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지만 특정 단말기로만 결제가 가능해 실 사용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카드 제공 |
카드사마다 다른 '결제 인증 방식'으로 올림픽 파크 밖에서는 사용 어려워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A씨는 평창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롯데카드에서 판매하는 배지형 선불카드를 구매했다. 마스코트 모양으로 귀여운 모양인데다 결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A씨는 2개월 가량 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카드를 구매할 때는 카페 등에서 편하게 쓸 수 있다고 들었지만, 막상 대부분의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간편 결제'를 위해 산 카드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카드가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을 기념해 비자카드와 협업해 출시한 '웨어러블 카드'는 13만 장 이상 팔렸다. 웨어러블 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비접촉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문제는 단말기마다 NFC 인증 체계가 달라 카드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NFC는 10cm 이내 거리에서 기기 간에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웨어러블 카드는 이 기술을 활용해 배지나 스티커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휴대폰, 지갑 등에 이를 부착해 '갖다 대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NFC 방식을 사용한 카드라도 카드사마다 다른 결제 인증 체계를 사용해 특정 단말기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그 중 롯데카드의 올림픽 기념 웨어러블 카드는 비자카드가 제작한 국제결제표준(EMV) 규격을 갖춘 단말기로만 결제할 수 있다.
A씨가 직접 사용하던 롯데카드의 배지형 선불카드. A씨는 2달여 가량 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지 못했다. /더팩트DB |
강릉 올림픽 파크, 평창 올림픽 플라자 등을 비롯한 상점에는 EMV 규격을 적용한 NFC 단말기가 설치됐지만, 올림픽 파크 바깥에선 보급률이 현저히 낮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다.
사용처가 적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도 발생하고 있다. A씨는 "평창 올림픽을 기념할 겸 웨어러블 카드도 이용해보고 싶어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사용처가 많지 않아 불편했다"며 "웨어러블 카드에 대한 홍보가 많은데,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가 나서서 국내 카드사들과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국내 8개 카드사는 2016년 공동으로 사용할 NFC 표준규격 ‘저스터치(JUSTOUCH)’ 개발에 나섰다. 서로 결제 호환이 되지 않아 각자 가맹점을 섭외하고 개발 비용을 들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초 3월 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저스터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단말기 보급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식에 카드사마다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사 가맹점마다 수수료도 달라 조정이 필요하다.
여신금융협회는 국내 8개 카드사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NFC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NFC를 활용하면 단말기에 카드를 직접 꽂거나 마그네틱을 긁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pixabay |
여신협회는 개발 진척 상황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올림픽 특수를 위해 비자카드와 협업을 맺고, 비자카드사의 NFC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림픽 매장 외에서도 스타벅스나 홈플러스 등 비자카드 NFC 단말기가 설치된 점포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며 “결제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있다면 계속 비자카드 전용 규격만을 활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다양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카드도 이미 상용화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올림픽 이전에도 국내 규격을 이용하는 스티커 형 웨어러블 카드를 50만 장 이상 판매했다"며 "해당 카드는 교통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 범위가 넓어 국내에서는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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