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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갓뚜기' 배신? 오뚜기 지배구조 최하점…3세는 승계 챙기기 '눈총'
입력: 2018.03.13 05:00 / 수정: 2018.03.13 05:00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삼양식품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오너 3세들의 오뚜기 주식 저가 매수가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영 승계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이새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삼양식품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오너 3세들의 오뚜기 주식 '저가 매수'가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영 승계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이새롬 기자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 예고, 지배구조 개선 갈 길 먼 데…3세 지분 늘리기 '열중'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은 중견기업 오뚜기도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유일한 단점으로 꼽히는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가 그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뚜기는 상생 경영 행보 등 모범적인 기업 활동으로 '갓뚜기(God+오뚜기)'라고 불리며 착한 이미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이름값'을 하려면 지배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삼양식품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뚜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오너 3세들의 오뚜기 주식 '저가 매수'가 나타나 관심이 쏠린다.

함영준(59) 오뚜기 회장의 두 자녀가 주가 하락세를 보이던 지난달부터 오뚜기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 회장 역시 부친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체제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0년 7월부터 2004년 8월까지 4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공정위 조사가 예고된 오뚜기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3세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 함영준 회장 두 자녀, 지난달 초부터 오뚜기 주식 장내매수 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함 회장의 두 자녀 윤식(27)‧연지(26) 씨가 지난달 초부터 오뚜기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있다. 올 초 80만 원대를 기록하던 오뚜기 주가가 지난달 14일 68만 원 선까지 내려가자 함 회장의 장남 윤식 씨와 장녀 연지 씨는 각각 5767주, 3079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날 종가(73만3000원) 기준 각각 42억 원, 23억 원 규모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 수도 윤식 씨 7만5897주, 연지 씨 4만2875주로 증가했다. 지분율도 각각 2.21%, 1.25%로 늘어났다. 현재 윤식‧연지 씨는 가장 많은 오뚜기 주식을 손에 쥔 3세로, 주식 보유액이 각각 557억 원, 315억 원가량으로 불었다.

오뚜기 주가가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이자 3세 경영권 승계 등을 염두에 두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차기 후계 구도를 구축하기에는 아직 두 자녀가 쥔 지분이 미약한 실정이다. 향후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오뚜기그룹은 함 회장이 그랬듯 철저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자산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3세에서도 함 회장의 자녀들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그중에서도 후계구도가 장남 윤식 씨에게 모아진다.

오뚜기는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로 부른다. 오뚜기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다며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오뚜기는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로 부른다. 오뚜기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 기업이다"며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오뚜기그룹은 함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오뚜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다. 최대주주인 함 회장은 98만4529주(28.6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부친의 지분 전량인 46만5543주(13.53%)을 상속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함 회장 누이 영림 씨와 여동생 영혜 씨가 각각 11만3980주(3.31%)를 가지고 있다. 함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약 3140억 원 상당의 유산을 넘겨받으면서 생긴 1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완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속 재원 마련 과정에서 함 회장이 개인회사와 계열사 직접 보유 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뚜기그룹은 현재 20개의 국내외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식품기업이다. 국내 계열사 13개, 해외법인 7개다. 국내 계열사 자산총액은 약 2조8000억 원이다. 카레, 수프, 케첩, 마요네즈 등 30개 제품은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함 회장은 오뚜기(28.62%)와 오뚜기라면(35.6%) 등 주력 계열사 지분을 대거 확보하고 있으며 오뚜기라면과 알디에스, 애드리치(오뚜기 인하우스 광고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오뚜기라면의 경우 지배주주 등이 직접적으로 35.6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약 99%로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다. 농심과 삼양식품에 밀려 만년 3위에 머물던 오뚜기의 라면 사업은 지난 2012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상미식품, 알디에스 등도 수혜회사에 해당한다.

◆ 오뚜기 3세 편법 승계 논란 불거진 오뚜기SF, 어떤 회사?

여기에 계열사 오뚜기SF의 경우 고 함 명예회장-함 회장-윤식 씨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식 씨는 현재 오뚜기 외에 수산물 가공·판매하는 오뚜기SF와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받는 광고계열사 애드리치의 상당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윤식 씨는 오뚜기SF의 지분 38.5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애드리치 지분은 함 회장(33.3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16.67%)을 가지고 있다.

오뚜기SF는 계열사 중에서도 실적 존재감이 미미하다가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 시점인 2014년부터 가파른 실적 상승곡선을 탔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4년 225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윤식 씨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2016년 437억 원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내부 매출 거래 비중도 64%에서 75%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윤식 씨가 주주로 참여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배당정책도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공교롭다.

오뚜기는 매출 상당 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는 구조로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 거래를 통해 번 돈은 다시 배당 형태로 함 회장 일가에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함 회장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가치가 1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오뚜기는 최근 2년 사이 주당 배당금을 큰 폭으로 늘렸다. 최근 3년간 함 회장 몫의 배당금은 2015년 28억1000만 원, 2016년 69억7200만 원, 지난해 71억4300만 원으로 지속 증가해왔다.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해소 요구과제를 안고 있는 오뚜기그룹이 공정위 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차기 승계 구도 구축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DB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해소 요구과제를 안고 있는 오뚜기그룹이 공정위 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차기 승계 구도 구축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DB

올해도 함 회장은 69억 원의 현금배당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오뚜기는 지난달, 2017년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 배당금을 주당 700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승인할 계획이다. 함 회장의 두 자녀 윤식‧연지 씨도 각각 5억, 3억 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함 회장의 누이 영림 씨와 여동생 영혜 씨가 각각 8억 원을 받는 데 이어 삼촌 등 오너 일가도 13억 원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지적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방이 주목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에만 해당해 오뚜기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오뚜기는 2016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1조4000억 원으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뚜기가 중견기업 지위를 통해 사실상 규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현행 규정(공정거래법 23조 7항)을 개정해 중견기업들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오뚜기 일감 몰아주기와 높은 내부거래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풀어야"

전문가들은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와 높은 내부거래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풀어야한다고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오뚜기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코스피 상장사 733곳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를 각각 평가해 2017년 ESG 등급을 매긴 결과 오뚜기는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았다.

지배구조 항목은 ▲주주권리 보호를 위한 제반 장치 마련 여부 ▲이사회 구성 및 활동내역 ▲영업보고서 및 기타 기업 관련 사항의 공시 여부 등을 판단해 각 등급을 S(최고)·A+·A·B+·B·C·D(최하)로 총 7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주주 권리가 잘 보장돼 있고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갖는 등 지배구조가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오뚜기가 지배구조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것은 사외이사가 1명밖에 없는 점, 가족 소유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뚜기는 이미 자산규모 1조 원을 넘어섰지만, 사외이사가 1명밖에 없는데다 그마저도 오뚜기제유 대표이사 등 내부 출신으로 이뤄져 있어 독립성을 갖고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뚜기 관계자는 "사외이사 인원수는 상법상 충족하며 당사는 자산규모 1조4000억대로,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 관련해서는 당사는 자산규모 5조 원 미만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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