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행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경영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다.
대다수 그룹 수장은 '기업의 얼굴'을 자처하며 전 세계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 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총수들은 최근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4월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하아닌다오(海南島) 보아오(博鼇)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이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2002년 아시아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결성된 비정부기구(NGO) 보아오 포럼 사무국이 주관한다. 보아오 포럼은 해마다 내노라하는 전세계 최고위급 정재계 인사가 모여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발맞춰 정보를 교환하고 경제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글로벌 인사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해마다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올해도 대다수 재계 인사들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대기업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에서는 이번 보아오포럼에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과 홍원표 삼성 SDS 사장이 참석한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지만 사실상 국외 활동에 제동이 걸려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 1월 보아오 포럼 상임 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바 있어 올해 포럼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아오포럼 외에도 지난 1월 열린 다보스 포럼과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CES) 2018 등 주요 행사에서도 이 부회장 빈자리는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메웠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세대교체' 바람에 휩싸였다. 현대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얼굴을 자처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보아오포럼에서도 정 부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CES에 참석해 2015년 이후 4년 연속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1월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그룹의 미래 사업 투자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외에도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순방외교 때는 물론 같은 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대화'에서도 그룹을 대표했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건강 이상설(說) 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지만 정 부회장이 이미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정 부회장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통상임금 소송에 이르기까지 악조건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그룹내 세대교체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최근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임영무 기자 |
한화그룹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김동관 전무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다양한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사업협력 강화 및 확대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김 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김 상무는 보아오포럼에 3년 연속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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