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세 딸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녀인 성래은 전무가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오르자 재계에선 차녀로 후계구도가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임영무 기자 |
노스페이스 정체·신사업 부진 속 '2세' 성래은 부각…영원무역 실적 회복 난제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이 성기학 회장의 3녀 중 둘째 딸인 성래은 영원무역 전무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하면서 후계구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성래은 전무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2007년 영원무역홀딩스에 합류했다. 현재 영원무역 전무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영원무역에서는 OEM 사업의 영업·관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에서는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업계는 지난 2016년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임기 만료로 성래은 전무가 영원무역홀딩스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성기학 회장이 70대의 나이로 고령인 만큼 자신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 적임자를 정해야하는 시기다. 성 전무뿐 아니라 성 회장의 세 딸은 모두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맏딸 성시은 이사는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YMSA)의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막내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상무는 영원아웃도어에서 노스페이스 등 브랜드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성 상무는 2006년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손주홍 씨와 결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성기학 회장의 세 딸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래은 전무가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오르자 재계에선 차녀로 후계구도가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 전무를 대표이사로 전진배치한 것은 그만큼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경쟁심화 등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아 성래은 전무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성장 한계에 이른 아웃도어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아웃도어사업의 부진 속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자전거사업(스캇)에서도 손실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영원무역그룹은 중간 지주사격인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을 포함해 국내외 76곳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스포츠 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수출 전문 기업으로, 해외 소재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글로벌 고객사 비중이 높아 내수 침체 영향에도 타격이 적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경쟁심화 등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아 2세 경영인 성래은 전무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노스페이스 빌리지'개관식에서 성기학 영원아웃도어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임영무 기자 |
문제는 내수 고객층이 주 고객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 영원아웃도어의 수익성이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영원아웃도어의 영업이익률은 내수침체에 따라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 10%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2015년 8%, 2016년에는 4.4%까지 낮아졌다.
영원무역이 2015년 사들인 세계적 자전거업체 스캇코퍼레이션(스캇) 손실이 쌓여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스캇은 2016년 27억 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으로 34억 원의 순손실을 내 영원무역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포츠의류 부문 공식파트너사로 활동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물품 및 금전적 지원을 합쳐 500억 원 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스페이스, 스캇 브랜드 홍보에 따른 올림픽 효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룹 주력 계열사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정체되면서 영원무역홀딩스를 이끄는 성래은 전무가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홀딩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창출하던 노스페이스가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물품 및 금전적 지원을 합쳐 50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한 게 실적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한다"며 "신사업인 스캇의 손실 누적으로 인해 그룹 내 실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올해 스캇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 역시 성래은 전무의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