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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대기업에서 졸지에 한국콜마 소속'…CJ헬스케어 직원들 반응은
입력: 2018.02.23 10:49 / 수정: 2018.02.23 17:02

중견 화장품 업체 한국콜마가 국내 제약업계 10위권인 CJ헬스케어를 최종 인수하면서 대기업 CJ그룹의 제약 계열사에서 한국콜마로 소속이 바뀌게 된 CJ헬스케어 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한국콜마 제공
중견 화장품 업체 한국콜마가 국내 제약업계 10위권인 CJ헬스케어를 최종 인수하면서 대기업 CJ그룹의 제약 계열사에서 한국콜마로 소속이 바뀌게 된 CJ헬스케어 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 재무부담·조직 불협화음 우려 "자금여력 충분…독자경영 체제 유지"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중견 화장품 업체 한국콜마가 대기업인 CJ그룹의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최종 인수한 가운데 하루아침에 소속이 바뀌게 된 CJ헬스케어 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인 한국콜마는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콜마가 제시한 입찰가는 경쟁사보다 낮았지만 고용 보장 및 복리후생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1200여 명에 이르는 CJ헬스케어 임직원 고용 보장과 함께 보상체계, 복리후생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피인수된 CJ헬스케어 직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상황에 동요하는 모습이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됐거나 저 연차 직원들의 불만이 특히 높다. 익명을 요구한 CJ헬스케어 직원 A씨는 "아무리 한국콜마가 알짜기업이라곤 하지만, CJ와 같은 대기업과는 비교가 안 된다. 'CJ 간판' 하나 보고 입사했는데 이제 한국콜마 소속이라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입사 4년 차인 B씨는 "삼성-한화 빅딜로 삼성맨에서 졸지에 한화맨이 됐던 삼성 직원들의 심정이 이해간다"며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직 계획이 없다는 직원 C씨는 "한국콜마가 지금은 고용보장한다고 하지만, 나중에 말을 바꿔 구조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꺼번에 인수한 '삼성-한화 빅딜' 당시 한화가 매각사 임직원에 대한 100% 고용 승계를 합의하고 삼성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일부 계열사 인원이 감소했고 위로금 지급 규모를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빚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J헬스케어 관계자는 "일부 부정적 견해를 가진 직원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번 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CJ그룹에서는 많은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한국콜마로 가게 되면 바로 주력사업이 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돼 대형 제약사로 가는 큰 모멘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우려는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CJ헬스케어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고용승계와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콜마는 CJ가 매각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고용승계 부분을 최종 선정의 승부수로 띄워 인수에 성공한 만큼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콜마는 이번 인수건에서 직원 5년, 임원 3년으로 고용보장을 하고 연봉유지, CJ헬스케어 사명 2년 유지, 타 계열사 이용 등 복리후생 유지, 위로금 지급, 독립경영 등 부대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인한 CJ헬스케어 직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위로금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진 부분이 없다.

지난해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매출은 2000억 원대로 5000억 원대 CJ헬스케어 인수와 동시에 매출 7000억 원대 제약회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CJ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5208억원으로 국내 제약업계 10위권 안에 드는 상위 제약사인 반면, 화장품 ODM 사업과 제약 위탁생산(CMO) 사업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콜마의 지난해 매출 8216억 원 중 제약 부문은 2000억 원대다. 향후 양사 시너지 효과로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CJ헬스케어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용승계와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콜마는 CJ가 매각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고용승계 부분을 최종 선정의 승부수로 띄워 인수에 성공한 만큼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CJ헬스케어 홈페이지 갈무리
CJ헬스케어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용승계와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콜마는 CJ가 매각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고용승계 부분을 최종 선정의 승부수로 띄워 인수에 성공한 만큼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CJ헬스케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콜마는 이번 인수를 통해 화장품 ODM업체에서 화장품, 제약, 건강식품 세 가지를 균형있게 갖춘 명실상부한 종합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헬스케어를 품으면서 기존 화장품 부문보다 비중이 낮았던 제약 부문을 강화하고 2022년까지 신약 개발중심의 국내 '톱 5' 제약사로 도약, 향후 10년 이내에 글로벌 제약사로 발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과정에서 치러야하는 비용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국콜마의 화장품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금리마저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든 만큼 인수가인 1조 3100억 원을 마련해야하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40억 원에 그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는 한국콜마가 의약품위탁생산 회사에서 종합제약사로 거듭나는 '레벨업'과 함께 자금 조달에 따른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CJ헬스케어 매각설이 돌 때부터 인수가에 대한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된 데다 한국콜마가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차입과 투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사모투자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지분율을 50%이상 가지고 갈 것이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콜마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CJ헬스케어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대금 1조 3100억 원 중 약 6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재무적투자자(FI)와 회사가 7100억 원의 자본을 출자한다. FI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PEF)가 참여한다. 한국콜마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임을 감안할 때 직접 투입자금은 36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콜마의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약 830억 원으로 파악돼 출자금 대부분은 차입 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2일 이번 인수로 인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한국콜마의 장기 및 기업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하향검토대상(↓)에 등재했다. 인수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서다.

SK증권은 이번 인수가 한국콜마를 레벨업 시켜주는 요인은 분명하지만 현재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재무적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DB금융투자도 당분간 이자비용 등 비용부담이 늘어나면서 재무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했다. KTB투자증권은 CJ헬스케어의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게 부여하기 힘들고 복제약 위주의 포트폴리오인 상황에서 1조 3100억 원 규모의 인수가가 다소 비싸다고 평가했다.

자금조달 문제뿐 아니라 양사가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구성원 간 융합 문제도 해결과제다. CJ는 유통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자율성에 기반한 유연한 근무환경으로 손꼽힌다. 2000년부터 직급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사내에서는 '이재현 님'이라고 불린다. 한국콜마는 윤동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만큼 추후 직원 복지 격차에 따른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CJ헬스케어 직원들은 CJ 제품 40% 할인 구매 등 계열사 이용 시 혜택이 상당하다. 여기에 지난해 5월 CJ그룹이 발표한 기업 문화 혁신안에 따라 5년 근무하면 조건 없이 최대 한 달까지 휴가를 쓸 수 있는 '창의 휴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임원이든 직원이든 누구나 입학 시즌에 한 달 동안 쉴 수 있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의 복리후생 등을 상당수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밝힌 가운데 양사의 조직문화와 복리후생 격차로 인해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조직 통합 및 재편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는 원만한 인수합병을 위해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양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향후 2년 간 사명 유지 등 독자적인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특히 사명 유지는 CJ헬스케어가 34년간 구축해 온 브랜드 파워를 감안해 갑작스러운 사명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조직이 서로 잘 융합될 수 있게 협의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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