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연정책으로 일반 담배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가 지난달 역대 최고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필립모리스·BAT 코리아·KT&G 제공 |
1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9.1% '역대 최고치'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지난해 국내 상륙한 궐련형 전자담배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정부 금연정책 효과가 지속되면서 일반 담배 판매량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 후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 담배 판매량은 일반 궐련 2억3000갑, 궐련형 전자담배 2000갑 등 총 2억5000갑으로 전년 동월(2억8000갑) 대비 9.1% 감소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일반 권련과 권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 차이다. 기재부 자료를 보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훨련형 전자 담배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일반 궐련은 지난 2014년 1월 판매량(3억3000갑)과 비교해 무려 23.7%나 하락했다. 기재부는 담뱃세 인상 등 금연정책의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아이코스·글로·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지난 1월 시장점유율은 전달 대비 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작성했다. 지난해 11월 시장점유율 7.3%를 기록했던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달 뒤 6.1%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에는 9.1%를 찍으며 두 자릿수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출시 이후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는 유해성 논란과 가격 인상에도 역대 최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비교해 유해성을 90% 이상 낮췄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사 연구 결과다. 여러 연구기관에서 아이코스 유해성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하고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유해 물질이 현저히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한국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해 8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에 착수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가격 역시 인상됐다. 한국필립모리스와 KT&G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연초 가격을 200원 올렸다. 두 업체 모두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1000원 이상 오르면서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와 비교해 냄새가 덜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
끊이지 않는 유해성 논란과 가격 인상에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찾는 흡연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냄새'에 주목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로 태우는 일반 담배와 다르게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형 고형물을 충전식 장치에 꽂아 열로 찌는 방식이다.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연기나 재가 발생하지 않고, 연소 과정이 없기 때문에 냄새 또한 덜하다.
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사실 건강해지려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최근 담뱃값이 인상됐지만, 일반 담배와 같은 가격이기 때문에 크게 와닿진 않는다"며 유해성과 가격에 큰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어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은 일반 담배와 비교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점이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냄새가 없다. 특히, 저처럼 자녀를 둔 흡연자들에겐 상당한 장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흡연자 역시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 입이나 손가락, 옷 등에 지독한 냄새가 많이 났는데 궐련형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다. 아예 냄새가 없을 순 없겠지만,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흡연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5개월째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는 흡연자는 "사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여성 흡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일반 담배를 피우면 옷이나 머리카락에 담배 냄새가 많이 배어들어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궐련형 전자담배는 이런 걱정을 말끔히 해소해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 실험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비흡연자가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고 곧바로 비흡연자와 밀접한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흡연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한 40대 아이코스 흡연자는 "배우자가 담배 냄새에 엄청 민감한데,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하고 나선 흡연 뒤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도 괜찮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 자녀를 둔 30대 릴 흡연자 역시 "아이들이 담배 냄새를 엄청 싫어하는데, 릴로 흡연한 뒤에는 눈치 보지 않고 흡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