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GM 군산공장 폐쇄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한국GM(제너럴모터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뒤늦게 주주감사 청구권을 발동하며 실사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GM에 대한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GM의 경영상황을 확인하고 GM 본사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GM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GM 측이 산업은행에 회계장부를 보여주지 않았던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나 보통 기업 실사에 2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GM 본사가 제시한 2월 안으로 실사를 마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GM은 경영난으로 인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2014~2016년 3년간 약 2조 원의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 13일 한국GM은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GM 사태'를 놓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관리·감독을 못 해 이같은 상황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하며 대주주 GM(76.96%)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는데, 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법상 주주로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를 검사할 권리가 있는 산업은행은 GM 측이 거부하면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산업은행은 주주감사 청구권을 행사해 한국GM에 경영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GM은 116개 자료 중 6개만 제출했다. 2014년 누적된 적자에도 경영간섭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영자료도 보지 못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GM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GM 소주주로서 대주주의 모든 행동을 견제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철수설'에 대해 "경영정상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를 미리 감지하고 있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7월 작성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철수 분위기, 자체생산 축소, 대표이사 중도 사임, 기타 구조조정 움직임 등 철수 징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자동차(현 한국GM)를 미국 GM에 넘기면서 2002년과 2010년 협약을 맺었다. 비토권과 사외이사 3명의 선임권, 한국GM 장기경영계획 목표를 이루기 위한 GM의 적극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이 되는 비토권은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산업은행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한국 철수를 막을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비토권은 지난해 10월 효력이 끝났고, 해당 보고서가 나왔을 때만 해도 철수를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GM 측이 협조를 하지 않았을 경우 산업은행이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오히려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이 또다시 드러난 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