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정상화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세준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53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게 되면서 '새 리더'의 경영 공백으로 굵직한 현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던 삼성의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4년의 집행유예 기간과 대법원 판결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즉각적인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지만, 그가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 동력 발굴과 미래전략 구상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 구치소에서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후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시점과 관련해 삼성 측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견해다.
경영 복귀를 공언할 수 있는 시점에 관해서는 최종 3심 판결이 나온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그간 진행되온 재판에서 "실력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던 만큼 그가 일선에서 힘을 실어왔던 글로벌 실력자들과 스킨십, 대규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사회공헌 활동 등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 당시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능력이다"며 "그룹의 총수, 계열사 대주주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지분 보유량 같은 단순한 산술적 문제 차원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문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대규모 신규투자나 M&A 소식은 자취를 감췄다. /더팩트 DB |
우선 그간 미뤄왔던 대외활동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도 "저는 주로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고객사나 파트너사의 최고경영자들(CEO)을 만나 의견을 공유했다"며 자신의 역할 바운더리를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이 회장의 와병 이후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다수의 글로벌 실력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보아오포럼과 미국에서 열린 테크서밋을 비롯해 비롯해 매년 참가했던 선밸리 콘퍼런스 등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CEO와 교류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삼성 내부에도 실력을 갖춘 CEO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룹의 '새 리더'라는 상징성을 가진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그간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이후 선대에서 찾을 수 없었던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같은 해 6월 삼성서울병원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 이 부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감영질환 예장을 위한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자취를 감췄던 대규모 M&A와 이미 그 윤곽을 드러내 시행단계에 접어든 '이재용식 주주친화 정책'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체제 전환에 돌입하면서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 핵심 3대 신수종 사업을 중심축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M&A를 활발하게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 3월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신규투자나 M&A 소식은 자취를 감췄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해 온 주주친화 정책 역시 더욱 활성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 DB |
이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사안으로 알려진 주주친화 정책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 시행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연간 발생하는 순현금수지의 최대 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이후 줄곧 지속한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도 관련 현안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의 경영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이 당장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의중이 경영 현안 처리 과정에서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