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선고 결과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연간 영업이익 50조 원' 전날(9일) 삼성전자는 자사 역대 최대 실적이자 국내 기업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의 견제를 비롯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까지 호실적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시장의 중론이지만, 삼성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회사 관계자들은 '리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축하는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최근 이 부회장의 재판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재판에서 촉발한 변수도 삼성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기일을 오는 2월 13일로 연기했다. 애초 해당 재판부는 오는 26일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해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기록이 방대해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주 이상 재판일정을 미뤘다.
최 씨의 선고 기일이 미뤄진 것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지만,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월 5일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중대한 참고 사안으로 삼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최 씨는 '뇌물을 받은' 장본인으로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예비적으로 추가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지를 결정짓는 핵심 인물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해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고, 지난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가 한 차례 더 있었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15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씨(사진)는 법정에서 지난 2015년 8월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용역계약 및 마필 매매·교환 계약의 실체 여부에 관해 "실체가 분명한 정식 계약이며, 삼성에서 마필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진술했다. |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했을 때 성립한다. 즉,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관한 '물밑 지원'을 약속해주는 대가로 '제3자'인 최 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때문에 최 씨의 선고 결과는 삼성으로서도 이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밖에는 없지만, 최 씨의 선고 기일이 연기되면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신 회장에 대한 선고 역시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사안은 다르다 하더라도 기업 총수로서 같은 '뇌물죄' 혐의를 받는 신 회장에 대한 법리해석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흙빛 전망'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특검은 네 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정작 실제로 '안가 독대'가 있었는지, 당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내놓지 못했다.
되레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가 지난 2015년 8월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용역계약 및 마필 매매·교환 계약의 실체 여부에 관해 "실체가 분명한 정식 계약이며, 삼성에서 마필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진술을 하면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한 다른 법리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최 씨는 '큰 틀'에서 뇌물공여 사건의 공범으로 묶여 있지만, 개인별 혐의를 살펴보면, 서로 상충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보다 '포괄적·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1심과 다른 해석을 내린다면, 명시적 청탁 자체가 없었던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