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천연 고양이 털'로 만들어진 재킷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G마켓 갈무리 |
오픈마켓 허점 악용 불법 상품 유통 소비자 피해 급증
[더팩트│안옥희 기자]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고양이 털로 만든 모피 재킷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이 공유되며 확산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G마켓의 고양이 모피 재킷 판매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면서 현재 해당 상품 판매가 중지된 상태다. 누리꾼들이 상품 문의 게시판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80여 건 가까이 올리면서 거세게 항의하자 판매자가 상품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G마켓 측은 "판매자가 자유롭게 상품 등록을 할 수 있는 오픈마켓 시스템 특성상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소지가 있는 상품을 걸러내고 있다"면서 "다만, 해당 건의 경우 올라오는 상품의 수가 많기 때문에 누락된 케이스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상품 판매자는 고양이 털로 제작된 상품을 오픈마켓인 G마켓에 등록하고 "천연 고양이털로 몸통 부분을 장식했다"며 "천연 양가죽 소재에 천연 고양이털로 러블리하고 고급스러운 제품이다"고 소개했다. 상품 설명과 함께 게시된 사진에는 고양이 털 무늬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 해당 상품의 가격은 27만630원이었다.
최근 모피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동물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모피를 의류 소재로 쓰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살아있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뽑는 행위를 금지하며 2008년부터 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개와 고양이 모피제품의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패션업계에서도 구찌, 아르마니, 랄프 로렌 등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모피 퇴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G마켓에서 판매되는 고양이 모피 상품이 모피 퇴출이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하며 판매업체가 고양이를 불법적으로 포획해 제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판매자가 사업자 번호, 전자상거래에 관한 상품정보 제공에 대한 고시 정보를 대부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해당 상품 제조국가와 수입 절차 등의 정보가 불분명한 상품의 판매를 방치한 G마켓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누리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당 상품 판매자가 상품 제조국가와 수입 절차 등의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G마켓이 출처 불분명한 상품의 판매를 방치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G마켓 갈무리 |
G마켓 관계자는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오픈마켓 특성에 따라 수시 점검에 한계가 있다"면서 "상품 상세 정보 미기재의 경우 회사가 판매자에게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건은 판매자가 상품 등록을 삭제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G마켓 약관에 따르면 상품의 판매방식, 판매장소 또는 판매 대상자 등에 대한 법적 제한이 있는 상품,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상품, 기타 사회통념상 매매에 부적합하거나 회사의 정책에 맞지 않는 상품은 매매가 제한된다.
개, 고양이 등 살아있는 척추동물은 매매부적합 분류돼 판매 금지되고 있으나 동물 모피로 만든 상품은 매매제한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명백한 불법 상품이라면 오픈마켓 업체들의 판매 중지, 판매자 아이디 정지 등 직권 조치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현행법상 불법이 아닌 경우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오픈마켓은 중개사업자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만 할뿐 판매자와 구매자간 분쟁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이 통신판매중개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각종 규제를 피해가면서도 정작 문제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실제 G마켓‧쿠팡‧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들은 "당사는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당사는 상품·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고지하며 거래 책임을 판매자와 구매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G마켓, 11번가, 쿠팡 등 오픈마켓이 통신판매중개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각종 규제를 피해가면서도 정작 문제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법상 판매자와 구매자간 분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오픈마켓 허점을 악용한 불법 상품 유통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
오픈마켓은 말 그대로 플랫폼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판매자가 사전 검열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오픈마켓 업체들은 사후적인 조치 밖에 취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해 불법 상품을 유통하는 판매자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요 오픈마켓이 각종 불법 상품 유통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번가는 해외직구를 통해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등 진통제를 판매해 문제가 됐으며, 네이버 스토어팜은 KC 미인증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쿠팡도 해외직구 서비스를 통해 돼지발정제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요힘빈 성분이 들어간 다이어트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해 소비자 피해에 대해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요힘빈은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칠 수 있어 식약처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관세청 통관금지 품목에도 해당한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인 오픈마켓 특성상 논란의 소지가 있어도 불법이 아니라면 바로 상품 판매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그래서 여론이 부글부글 끓어도 판매자에게 내려달라는 요청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오픈마켓이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법 상품 유통 창구로 활용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인터넷쇼핑의 소비자피해신고를 분석한 결과, 오픈마켓을 통한 소비자 피해신고 사례가 소셜커머스나 종합쇼핑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11번가가 총 801건으로 피해신고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G마켓 771건, 옥션 613건 등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각종 부작용을 줄이고 문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통신판매중개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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