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마트 서울 창동점 점포에는 폐점 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앞당긴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세계그룹은 새해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하면서 이마트 영업시간도 단축 조정했다. /도봉=안옥희 기자 |
신세계 '워라밸' 문화 정착 앞장…이마트 영업 시간도 1시간 단축
[더팩트│도봉=안옥희 기자] "한 시간 일찍 퇴근하니까 살 맛 나네요."(매장 판매직 박 모 씨)
이마트가 새해부터 밤 11시에 문을 닫고 있다. 점포 폐점 시간이 기존 자정에서 1시간 앞당기게 되면서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있다.
5일 오후 <더팩트>가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이마트 1호점' 창동점을 찾아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매장 곳곳에는 '1월 1일부터 영업시간이 오전 10시~오후 11시로 변경된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일부터 본사 뿐 아니라 전국 점포와 계열사를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도 자정까지 영업하던 점포의 폐점 시간을 1시간 앞당긴 오후 11시까지로 단축했다. 사무직 등 일반 직원들은 새해 첫 출근일이었던 2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가 적용됐다.
이날 만난 매장 판매직원들은 폐점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 것에 대한 반응이 환영 일색이었다. 40대 직원 박 모 씨는 "우리는 월급도 안 깎이고 일찍 들어가니까 당연히 좋다. 살맛이 난다"며 "이마트 직영점이 월급 똑같이 주면서 근무시간은 1시간씩 줄였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다수 대형마트들은 긴 영업시간 탓에 직원들을 오전/중간/오후조로 나누어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이마트 영업시간 단축되면서 이마트처럼 근무조가 시간대별로 나뉘어 있는 신세계백화점 직원들도 근로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다. 백화점 영업시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직원 개개인의 근로 시간은 1시간 단축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폐점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지면서 퇴근도 1시간 빨라진 직원들은 이번 영업시간 단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요즘 매장 직원들의 화두는 단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퇴근 후 일상'이다. /안옥희 기자 |
매장 직원들의 화두는 단연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매장 한편에서는 오후 출근조인 직원들이 상품 진열을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 데 따라 저마다의 '퇴근 후 일상',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직원들은 "단 1시간 빨리 가는 건데 기분이 너무 좋다. 전보다 근무 시간도 굉장히 빨리 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에 대해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50대 직원 정 모 씨는 "주택가 인접한 매장이라 그런지 기존에도 밤 11~12시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며 "자정까지 점포를 열어놓는 비용을 고려하면 차라리 닫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매장의 심야 매출은 더운 여름에는 높고 추운 겨울에는 적은 편으로 계절별로 차이가 있다. 여름에도 오후 8시~10시 매출이 높을 뿐 이후 시간대인 오후 10시~자정까지는 찾는 고객 수가 적어 매출 비중이 미미하다. 이마트가 1시간 덜 영업하면서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부대비용 등이 줄어들어 비용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이날 이마트의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지난 1일부터 영업시간 변경이 적용되면서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공지를 하고 있으나 아직 변경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태반이다. 이마트 창동점은 주택가에 위치해있어 보통 평일 점심때나 오후 6시~8시 사이에 방문객이 집중된다. 주민들은 심야 시간대 방문할 일이 많지 않아 자정까지 영업하는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인근 도봉동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원래 늦게까지 하는 건 알았지만 자정까지 영업하는 줄은 몰랐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낮 시간대에 장을 보기 때문에 1시간 빨리 문 닫는다고 크게 불편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영업시간 단축 결정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도 만날 수 있었다. 월계동에 사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업무 중에는 장을 볼 시간이 없어서 퇴근하고 마트를 찾다보니 11시 넘겨 방문하는 일도 많았다"면서 "직원들 보면 단축이 바람직한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심야시간 인원을 줄이고 운영 시간은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영업시간 변경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크게 상관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장을 보기 위해 주로 찾는 시간대가 폐점 시간 임박한 오후 10시~12시 심야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의 심야 매출 비중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안옥희 기자 |
이마트 관계자는 "영업시간 변경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매장에 공지를 띄워놓고 있지만 아직 시행초기라서 잘 모르는 고객들도 있다"며 "고객들이 헛걸음하지 않고 정해진 영업시간 내 쇼핑할 수 있게 적극 공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내세우면서 잡음도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단축근로에도 불구하고 매년 시행 온 임금인상 및 성과급 체계는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은 업계에선 매우 파격적인 시도다.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선 이번 근로시간 단축이 사실상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되면 계산원, 판매사원 등 이마트 전문직 직원이 받는 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임금 삭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저시급이 1만원이 될지도 미지수인데다 앞으로 저희가 임금을 어떻게 인상할지 정해진 바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현 상황이 유지될 것처럼 2∼3년 뒤 상황을 가정해 주장한 것이기 때문에 일각의 임금 삭감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장시간 근로 관행이 뿌리 깊은 유통업계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펴고 있는 신세계의 '워라밸' 정책에 대해 현장의 직원들은 '삶의 질이 높아질 것 같다'며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1시간 줄어들면서 직원들 입장에선 한 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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