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4월 '보아오 포럼' 상임 이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향후 삼성의 글로벌 행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
이재용, 보아오 포럼 이사 사임…재계 "민간 소통 부재 아쉽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평가받는 '보아오 포럼' 상임 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반년여 만에 '굵직한' 글로벌 소통 채널이 끊기게 되자 재계 안팎에서는 "민간 차원의 소통 부재가 재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3일 재계와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오는 4월을 기점으로 보아오 퍼럼 상임이사직을 내려놓는다. 사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측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 상태로 사실상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면서 자연스럽게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아오 포럼은 지난 2002년 아시아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주도로 결성된 비정부기구(NGO)인 보아오 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행사다. 매년 글로벌 최고위급 정관재계 인사가 모여 세계 경제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아시아 지역경제 포럼으로 아시아 지역 민간외교 채널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열린 보아오 포럼 12차 연차총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아온 상임이사직 바통을 넘겨받았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 매년 (보아오 포럼) 이사회에 참석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 왔지만, 지난해 2월 법정 구속 이후 사실상 모든 국외 일정이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며 "오는 2월 항소심 선고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연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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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이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글로벌 실력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서왔지만, 지난 2016년 말부터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
이 부회장이 국제무대에서 맡아 온 중책에서 잇달아 물러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글로벌 행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이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며 글로벌 실력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서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전략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 당시 삼성전시관에서 직접 영접에 나선 것은 물론 매년 미국 선밸리 콘퍼러스에 참석,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 등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끄는 실력자들과 만나며 인맥을 넓혀왔다. 지난 2016년에는 인도를 방문,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공유하고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말부터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특검의 출국금지 등으로 이 부회장은 보아오 포럼은 물론 전무 때부터 줄곧 참가해 왔던 선밸리 콘퍼런스에 잇달아 참석하지 못했고, 지난해 5월에는 지난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주관,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테크서밋'에도 불참했다.
특히, 당시 테크서밋 행사는 글로벌 IT 기업인이 집결한다는 점 외에도 이 부회장이 외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은 수개월째 표류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 부회장과 최 회장 모두가 보아오 포럼에 불참했을 때에도 특정 기업을 넘어 국가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며 "특히, 지난해 중국발 사드 보복으로 국내 다수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최근 양국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경색 국면을 해소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는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민간외교의 긍정적 효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민간외교 루트가 차단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