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부터)이 강남 지역 면세점 사업을 두고 격돌한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 오너가 무술년 강남 지역 면세점 사업을 두고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으로 일찌감치 강남 지역 면세점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롯데면세점에 맞서 신세계와 현대 역시 면세점을 각각 연내 오픈하고 강력한 경쟁상대로 자리매김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달 중 반포 센트럴시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한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센트럴시티 중앙에 약 1만3500㎡(4100평) 규모로 들어선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파미에스트리트, 파미에스테이션, JW메리어트호텔 등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각종쇼핑·관광 인프라를 ‘원스톱’으로 즐기도록 해 이 일대가 문화·예술 관광의 허브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로 거듭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실제 센트럴시티는 호텔 JW메리어트호텔서울, 쇼핑몰 파미에스테이션은 물론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경부·호남고속버스터미널 등과 연결돼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전두지휘하고 있는 사업이다. 2016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개장한 후 사드 배치 보복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투자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2월에는 강남점 특허권을 따내며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4908억 원으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매출 3551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7%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2억 원이나 늘어났다.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도 쑥쑥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12.5%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인 롯데, 2위 신라에 이어 3위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더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할 경우 정 사장이 이끄는 면세사업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사장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계한 집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016년 8월 22개월에 걸친 증축과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리뉴얼 오픈 1년 만에 전체 매출실적이 전년보다 21.8% 신장했고 구개고객수도 2500만명을 웃돌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2% 증가했다.
앞서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 수(실구매자 기준)가 전년대비 15.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10.8% 늘었다. 신세계면세점이 개장하면서 외국인 집객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는 호텔, 영화관, 맛집 등이 몰려 있는 센트럴시티 복합생활문화 공간과 더불어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백화점을 더해 관광 강남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올해 3분기 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센트럴시티 중앙에 약 1만3500㎡ 규모로 들어서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층부터 10층까지 3개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 규모의 공간으로 조성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내 1만7334㎡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더팩트DB |
면세점 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그간 현대백화점이 쌓아온 유통 노하우를 앞세우고 있다. 올해 말 오픈한다는 계획 하에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당시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를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임명하며 면세점 사업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계열사인 현대백화점면세점에 200억 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출자한 금액은 총 4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층부터 10층까지 3개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약 4200평) 규모의 공간으로 조성된다.
현대백화점이 내세우고 있는 콘셉트는 ‘대형 럭셔리 면세점’이다. 45년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6710㎡ 규모의 ‘글로벌 명품관’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건립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쇼핑센터가 밀집한 코엑스와 함께 카지노, 호텔, SM타운, 도심공항센터 등 삼성동 일대 관광 인프라가 풍부해 관광객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앞서 코엑스 일대의 관광 인프라 및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강남구청, 한국무역협회 등 지자체 및 관광 관련 유관단체와 협력해 코엑스 등 서울 강남지역을 ‘한국 관광의 게이트웨이(Gateway)’로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기존 강자인 롯데면세점은 ‘터줏대감’ 타이틀을 수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특허권을 연장한 코엑스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이 연계된 강남문화관광벨트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지난해 12월 특허권 추가 선정에 따라 2022년까지 운영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5827㎡(1760평) 규모로 위치해 있으며 연매출은 4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내 자리 잡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대 규모(특허면적 기준 1만7334㎡) 면세점으로 입점 브랜드 수만 700여개가 넘는다.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도 모두 입점해 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주춤한 상황이지만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등 잠실 일대에 있는 기존 인프라와 면세점 업계 1위 노하우를 결합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면세점 업계에서 파워를 더욱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단,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대가로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법원 판결에서 신 회장의 유죄가 인정되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될 경우 특허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