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SK건설 하청업체 H사 소속 근로자 이 모(29) 씨가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건물 하층부 외벽(빨간색 원)이 검게 그을려 있다. /광교=남윤호 기자 |
시공사 SK건설, 공사장 문 굳게 닫고 '합동감식 취재' 거부
[더팩트ㅣ광교=장병문 기자]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시 복합상가 건물 화재가 발생한 지 닷새만인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불이 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성탄절이기도 한 이날 오후 2시 46분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공사(시공사 SK건설) 현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SK건설 하청업체 H사 소속 근로자 이 모(29) 씨가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번 화재는 지난 2월 사망자 4명을 포함해 총 52명의 사상자를 낸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와 유사해 '제2의 동탄 화재'로까지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시공사의 안전 관리 감독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다음 날인 26일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은 작업이 모두 중단됐고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감식을 벌였다.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합동감식을 보기 위해 몰렸지만 SK건설은 공사장 문을 굳게 닫고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화재 발생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와 건물 3층 높이까지 검게 그을린 외벽이 당시 처참한 화재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도 화재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이 모(42) 씨는 "얼마 전 제천에서 난 불로 사람이 죽었는데 눈앞에서 큰불이 발생해 깜짝 놀랐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어 폭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며 당시 촬영한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었다. 또 다른 50대 초반 최 모 씨는 "최근 공사장이나 건물에서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는데 대기업인 SK에서 반면교사 삼지 못하고 사망자가 나오는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찼다.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 기관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SK건설이 짓고 있는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화재는 지하 2층에서 근로자 3명이 산소 절단기를 이용해 철골 가설 구조물을 제거하는 '용단 작업' 중에 발생했다.
화재 당시 근로자들이 산소절단기로 철제 H빔을 자르던 중 불똥이 3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스티로폼 단열재로 튀었다. 근로자 A 씨는 경찰에 "방화포를 앞과 옆에 설치했는데 불티가 뒤로 튀면서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소화기 2개로 자체 진화하려 했지만 2m 높이로 쌓여 있던 단열재가 순식간에 화마가 돼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안전관리자 2명도 진화 작업에 합류했지만 불길을 잡지 못해 119에 신고한 뒤 현장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작업장 내 현장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졌는지 비상벨 등 사전 안전조치가 취해졌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번 광교 화재는 지난 2월 52명의 사상자를 낸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참사 사건과 닮은꼴이다. 우선 두 곳 모두 용단 작업을 하다 가연성 물질에 불티가 튀어 불이 났다.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공사 인근 주민은 "얼마전 제천에서 큰 불로 사람이 죽었는데 눈앞에서 큰 불이 나 깜짝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독자 제공 |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당시 근로자는 각종 가연성 자재 철거를 위해 용단 작업을 진행하면서 불티 비산방지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대표는 안전보건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용단은 금속을 녹이는 작업으로 고열과 불티가 발생한다. 용단 작업 중 발생하는 불티의 지름은 3mm 미만으로 작지만 3000도의 높은 온도를 내 화재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불티 비산거리는 11m에 달해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가연성 물질에 불티가 접촉할 경우 열 축적으로 인해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도 화재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비산구역 내 가연성 물질이 있는지 작업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근로자들이 방화포를 설치했다고 진술했지만 근처에 가연성 물질을 간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공사인 SK건설이 용단 작업 전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했는지, 하청업체에 조치를 미뤘는지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SK건설은 조기행 대표이사 이름으로 낸 입장문에서 "화재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부상자와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