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험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우측 상단)의 행보가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기존 카드업에 갇힌 방식과 사업구조로 뒤처지는 '카라파고스(카드+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해야 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 7월 올해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그야말로 '경영 한파'를 겪고 있는 만큼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올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채 우울한 성적표를 내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8352억 원으로 전년보다 17.1% 늘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전년보다 20.0% 급감한 4196억 원의 순익을 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이를 경영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 신한카드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4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7% 감소했다. 4분기 순익은 전년보다 2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실적 악화에는 지난 8월부터 적용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여신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8월부터 연 매출 3억~5억 원의 가맹점의 수수료는 2.0%에서 1.3%로 0.7%포인트, 연 매출 2억~3억 원 가맹점은 1.3%에서 0.8%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정책이 바뀌면서 연간 약 35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 사장은 이달 초 신사옥에서 '제2의 창업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회사로 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카드 제공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신한카드의 행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임 사장이 올해 취임한 데다 시장 점유율이 뒷걸음질 치고 있어 신한카드 입장에서도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신한카드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말 '명동 시대' 10년을 뒤로 하고 을지로로 사옥을 이전했다. 신사옥 이전에는 카드사를 넘어 국내 10대 디지털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임 사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사무환경을 바꿔 소통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임 사장은 이달 초 신사옥에서 '제2의 창업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회사로 변화하겠다고 밝히며 '디지털 퍼스트 기업 전환 가속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의사결정 단계 축소를 통해 신속·유연한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열린채용 등 인사제도 혁신 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말 10년간의 명동시대를 접고 을지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진은 신한카드 을지로 신사옥 모습. /신한카드 제공 |
영업 부분에서도 모바일플랫폼 '신한FAN'을 중심으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FAN'은 신한카드가 지난 2013년 4월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앱을 활용해 론칭한 앱 카드 서비스로, 간편결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미국 전자결제회사인 페이팔과 협력해 디지털결제서비스 분야에서 미래 사업 기회를 발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제휴를 맺고 금융업과 유통업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디지털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신한FAN과 마케팅·제휴를 담당하던 MPA추진팀을 통합해 '디지털마케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그룹 및 자체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BU'를,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지원 업무를 담당할 '글로벌영업추진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다만 카드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은 물론 금리 인상으로 카드사의 조달 비용 또한 늘어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금리 인상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카드론의 법정금리는 내년부터 기존 27.9%에서 24%로 낮아질 예정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시선이 쏠리는 곳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라며 "임 사장이 어려운 환경에서 취임했던 만큼 돌파구를 마련할지 집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