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조가 모두 직접고용을 고수하면서 3자 합작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을 추진해오던 파리바게뜨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더팩트 DB |
양대 노조 창구 단일화 합의, 파리바게뜨 당혹
[더팩트│황원영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둘러싸고 서로 이견을 보이던 두 개 노동조합(노조)이 창구 단일화에 합의하고 본사에 공동 대응키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 본사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노조가 직접고용 원칙을 고수키로 하면서 합작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에 나섰던 파리바게뜨 본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파리바게뜨는 3자 합작회사인 해피파트너즈를 통해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양대 노조가 모두 직접고용을 고수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두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18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한노총 회관 인근 SPC계열 커피숍 파스쿠찌에서 만나 직접고용을 둘러싼 문제가 연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공동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부의 시정지시에 따라 이행당사자로써 직접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양대 노조가 의견을 같이했다"며 "파리바게뜨가 추진하고 있는 3자 합작사는 불법파견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속해 있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남신 소장 외에도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행 임영국 사무처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문현군 부위원장, 참여연대 경제노동팀 최재혁 팀장,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태룡 실장 등 6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파리바게뜨는 그간 3자 합작법인을 통해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가맹본부,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가 합작한 해피파트너즈를 출범했다.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는 대신 합작법인을 통해 간접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노총 회관 앞 커피숍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황원영 기자 |
이를 위해 파리바게뜨는 수차례 설명회를 열고 급여 인상분, 복리후생, 승진제도 개선 등 해피파트너즈에 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공개하며 제빵기사 설득에 나서왔다. 제빵기사 본인이 3자 합작사를 선택하면 파견법 6조 2항에 따라 직접고용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SPC에 따르면 제빵사 전체 5300여명 중 70%에 이르는 3700여명이 동의서(근로계약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양대 노조가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파리바게뜨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국노총 계열 노조에 속한 1000여명과 민주노총 계열 노조에 속한 800여명의 제빵기사는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제빵기사 중 35%에 달하는 수치로 해피파트너즈 설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심지어 노조는 본사가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모아놓고 단체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서명하지 않을 경우 퇴근을 시켜주지 않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한 해피파트너즈 대표이사 명의가 없는 엉터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안진걸 사무처장은 "제빵기사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며 취약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다. 강압적으로 동의서를 받았다는 사례를 다수 보고받았으며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만약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파리바게뜨는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제빵기사 수천 명이 강요에 의해 동의서를 쓰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며 기사 본인이 직접 작성한 근로계약서로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단체교섭을 두고도 노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대 노조는 공동 교섭 방식으로 파리바게뜨 본사에 단체교섭 및 간담회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압박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부의 시정지시에 따라 이행당사자로써 직접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양대 노조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 블로그 캡처 |
파리바게뜨 역시 대화에는 언제든 응하겠다는 방침이다. SPC 관계자는 "아직 두 노조로부터 간담회 요청을 받지는 않았으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간 파리바게뜨 측은 두 노조가 모두 단체교섭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단체교섭은 기본적으로 본사에 속한 노조 등 갖춰야 하는 요건이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단체교섭보다 우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조는 "두 노조의 실체가 분명한 데다 고용부의 시정지시도 있었기 때문에 요건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며 "파리바게뜨 본사가 양대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파리바게뜨는 양측 노조 대화 결과와 상관없이 3자 합작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앞서 고용부는 직접고용을 포기한 제빵기사를 제외한 뒤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만약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4000명이 해피파트너즈를 통한 간접고용에 동의할 경우 과태료는 130억 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최대한 많은 제빵기사의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SPC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3자 합작회사는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00여명을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를 상대로 직접 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3자 합작사인 해피파트너즈를 통해 이들을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처분 취소청구와 관련한 첫 심리는 내년 1월 24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