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운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
검찰, 70억 뇌물공여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4년 구형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으면서 롯데그룹이 풍전등화 상태에 놓이게 됐다. 최근 지주회사를 공식 출범한 롯데그룹은 최악의 경우 총수 부재의 상황에서 '뉴 롯데'를 이끌어 가야 한다. 게다가 신 회장은 앞서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바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 신동빈 회장,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 '엎친 데 덮친 격'
14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최순실 씨 측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을 대가로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줘 롯데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았다.
검찰은 관세청이 신규 특허를 추가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14일 신 회장은 청와대 인근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또한 소진세 당시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 이석환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 등도 최순실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면세점 특허가 추가된 후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냈다가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셈인데 그는 박 전 대통령과 평창동계올림픽 운영 방안, 내수 진작 등 경제 일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뿐 면세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그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뇌물공여죄는 뇌물 공여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약속한 것만으로도 최대 5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신 회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려가 깊어졌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 10월 횡령·배임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 추징금 1000억 원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았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 10월 횡령·배임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형, 추징금 1000억 원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았다. /남용희 기자 |
◆ 호텔롯데 상장·글로벌 사업, 제동 걸리나
향후 뇌물공여 혐의 선고공판과 경영비리 혐의 선고공판에서 각각 실형이 확정될 경우 롯데는 '총수 부재'라는 상태를 맞게 된다. 지난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신동빈의 뉴롯데를 본격화했지만 정작 수장이 부재하게 된 셈이다. 게다가 뉴롯데는 투명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만큼 총수가 실형을 받게 되면 그 의미가 무색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주도해온 지주사 전환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015년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하고 지난 10월 롯데그룹 계열사 분할 합병을 통해 출범한 롯데지주를 순조롭게 상장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후 롯데제과의 투자 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 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의 마침표인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신 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한다. 일본롯데와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지주와 합병이 불가피하다.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거나 해임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 재계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 총수가 불법을 저지를 경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또한, 최근 신 회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각종 글로벌사업과 인수합병(M&A)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 회장은 현재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5성급 호텔인 현대호텔 지분 100%를 인수하며 러시아 호텔 사업 확장에 나섰고, 롯데상사의 경우 연해주 지역에서 서울시 면적 약 1/6에 해당하는 3000만 평 규모의 토지경작권 및 영농법인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은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 장관을 직접 만나 사업 현안 및 투자 증진 문제를 논의하며 인도네시아 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총 12억 달러를 투자해 유통, 화학, 관광 등 12개 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현지 최대 그룹인 살림 그룹과 합작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8월에는 베트남을 직접 찾아 하노이 인민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롯데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징역 4년과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받은 신 회장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역시 침통한 표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비리 재판과 이번 재판은 각각 별개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 회장을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아직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끝까지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재판부 선고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1심 선고 공판은 이달 2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