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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방중] '따이공' 가득한 면세점, '유커'로 채워지길…
입력: 2017.12.12 05:00 / 수정: 2017.12.12 05:00

사드 해빙?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일부만 해제한 데 따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아닌 따이공(보따리상)들만 성행하고 있어 면세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사드 해빙?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일부만 해제한 데 따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아닌 '따이공'(보따리상)들만 성행하고 있어 면세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中, 韓 단체관광 일부 완화…전세기 운항·롯데 금지 등 '갑질'에 면세점 한숨

[더팩트│을지로=안옥희 기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빙 분위기 조성되면서 매출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업계에 '유커 특수' 부활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전면 금지했던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완화하면서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가 지난 7일과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을 찾은 결과 두 곳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다수는 가족 단위 개별관광객(싼커) 중심으로,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단체관광객(유커)은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 직원은 "아직 중국인 손님 대부분은 따이공(보따리상)"이라며 "물건을 대량 구매해 대형 캐리어에 담아가기 때문에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면세점 매장 곳곳에는 개별관광객 중에서도 따이공들로 문전성시였다. 따이공은 대형 캐리어와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다니며 특정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개별관광객과 한눈에 구별된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방문 매장, 구매해야할 물품, 구매 수량을 확인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부 매장에선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따이공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이 대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특정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따이공들로 북적이고 있다. /을지로=안옥희 기자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이 대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특정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따이공들로 북적이고 있다. /을지로=안옥희 기자

신세계면세점도 마찬가지로 따이공들로 북적거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대량 구입해 중국에서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따이공들의 필수 코스로 인식된다.

에이지투웨니스, 닥터자르트, 제이엠 솔루션 등 따이공들이 다녀간 화장품 매장 한편에는 제품이 담겨 있던 빈 박스가 나뒹굴고 있었다. 따이공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대량 구매한 제품 포장을 벗겨 캐리어에 옮겨 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미화 담당 직원들은 따이공들이 버리고 간 포장지 쓰레기를 쉴 새 없이 치우고 있었다.

신세계면세점 직원은 아직 뜯지 않은 마스크팩 박스를 가리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팩, 크림 등 중국에서 유명한 제품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화장품을 매대에 진열할 새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이 따이공들로 붐비는 데 반해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국내 화장품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따이공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막기 위해 올 9월부터 면세점 온오프라인 채널 구매 수량 제한 정책을 펴고 있다. 따이공들은 면세점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브랜드 제품을 대량 구매할 수 없게 되자 대신 다른 국내 유명 화장품을 쓸어가고 있다.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따이공들이 특정 화장품을 싹쓸이해 포장지를 벗기고 캐리어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화 담당 직원이 산더미처럼 쌓인 포장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안옥희 기자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따이공들이 특정 화장품을 '싹쓸이'해 포장지를 벗기고 캐리어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화 담당 직원이 산더미처럼 쌓인 포장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안옥희 기자

◆'따이공 딜레마' 많이 팔아도 수익성 악화…전세기·크루즈 등 '돈 되는' 조치 풀어야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금지 조치 완화에도 면세점 매출 회복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면세점 매출 회복이 더딘 이유로 따이공과 송객수수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를 완화했다지만, 아직 따이공이 대부분이다. 따이공들이 몰리면서 올해 매출은 전년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익구조는 훨씬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다.

사드 여파 속에서 면세점들은 따이공으로 '유커 특수' 공백을 메워왔다. 높은 송객수수료를 지불하고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따이공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린 탓에 지난 9월 면세점 매출은 사드보복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따이공 모객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면세점들의 따이공 지급 수수료 비용은 연간 1조 원에 달한다.

업계는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금한령(禁韓令)을 '반쪽 해제'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직원은 "면세점 매출을 올리려면 개별관광객보다 단체관광객을 유치해야한다"며 "단체관광객 모객을 할 수 있는 전세기와 크루즈 관광, 온라인 상품 판매 금지 등 규제가 풀려야 유커 특수가 되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베이징과 산둥 지역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수가 가장 많은 상하이와 광저우 등지의 여행사는 여전히 한국 관광객을 모집할 수 없다. '돈이 되는' 유커를 대규모 유치할 수 있는 크루즈, 전세기를 통한 관광과 인터넷여행사(OTA)를 통한 단체 관광객 모객도 제외됐다. 중국 정부의 모든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유커 특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전세기, 크루즈 등 모든 규제가 한꺼번에 풀리지 않는 한 유커 특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매장이 대량 구매하려는 따이공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장 곳곳 화장품이 담겨 있던 박스가 나뒹굴고 있다. /안옥희 기자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매장이 대량 구매하려는 따이공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장 곳곳 화장품이 담겨 있던 박스가 나뒹굴고 있다. /안옥희 기자

◆ 롯데 계열사 여전히 배제…한중 정상회담, 면세점·여행업 정상화 기대

중국 정부는 이번 여행금지 관련 조치를 일부 해제하면서 롯데는 철저히 배제했다. 한국행 상품을 판매할 때 롯데호텔 숙박이나 롯데면세점 쇼핑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사드가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에 설치된 것과 관련 롯데에 대한 사드보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에 롯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중국 정부가 극히 일부분만 규제를 해제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어차피 많이 못 들어오는 상황이므로 롯데만 제외된 게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여행 규제가 모두 풀리면서 완전히 정상화 된 이후까지 롯데가 계속 배제되고 지금처럼 따이공을 통한 안 좋은 수익구조가 이어진다면 그때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롯데계열사 이용 금지 조치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하는 면세점, 놀이시설, 호텔 등이 여행상품에서 빠지면서 여행사에서도 구성할 수 있는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규제가 모두 풀려서 예전처럼 정상화되는 게 면세점업계뿐 아니라 관광업계에서도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업계는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조치가 일부 해제된 것이 점차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기점으로 금한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 일정의 중국 국빈방문에서 북한 핵 문제 해법과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여행업계는 정부차원에서 규제 완전 해제를 위한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여행 관련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 좋겠지만,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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