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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단종' 아슬란 실패 원인, '현대차 스스로 판 무덤' 왜?
입력: 2017.12.08 10:56 / 수정: 2017.12.08 10:59
현대자동차 아슬란이 12월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애매한 포지셔닝이 결국 단종으로 이어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팩트 DB
현대자동차 아슬란이 12월을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애매한 포지셔닝이 결국 단종으로 이어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팩트 DB

아슬란, 출시 3년 2개월 만에 단종 이유는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성능 자체만 놓고 보면 분명 좋은 차지만, 애매한 포지셔닝이 문제였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현대자동차 아슬란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차량 성능, 디자인 등을 놓고 보면 분명 이렇게 빨리 단종될 모델은 아니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셔닝과 마케팅'으로 스스로 무덤을 팠다'라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7일 오전 아슬란 생산 중단을 공식화했다. 아슬란 생산은 이달까지만 진행되고 이후에는 재고물량에 대해서 판매가 이루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은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이었지만, 내부적으로 그랜저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자는 결정이 나오면서 단종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아슬란은 지난 2014년 10월 출시 이후 3년 2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슬란의 단종에 업계 관계자들은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아쉬운 목소리를 내면서도 "예견된 결과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아슬란의 실패 원인을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포지셔닝이다. 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서 전륜으로 설계해서 고급차로 포지셔닝 한 것은 무리였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진짜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는 브랜드 파워다.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예측을 잘못한게 아닌가 싶다. '아슬란 정도의 스펙에 제네시스 브랜드로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솔직히 국내 소비자들을 보면 브랜드에 민감하다. 단적인 예로 최근 벤츠 수요가 많은데 솔직히 가격이 조금 낮은 BMW 차량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국민 특성상 브랜드 마크가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슬란 정도의 차량을 구매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데 솔직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업계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제네시스도 아닌 것이 그랜저도 아니고 애매한 포지셔닝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것 같다. 성능 차제로만 보면 절대 나쁘지 않은 모델이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사실 수입차 업계에선 아슬란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그랜저와 플랫폼을 공유했고, 디자인 역시 큰 변화가 없었고, 개발 비용 역시 현저하게 적게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만든 차량'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렸다"고 귀띔했다.

아슬란은 실적 부진 끝에 출시 3년 2개월 만에 단종의 길을 걷게 됐다. /더팩트 DB
아슬란은 실적 부진 끝에 출시 3년 2개월 만에 단종의 길을 걷게 됐다. /더팩트 DB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는 아슬란은 현대차에서 준대형 세단으로 굳어진 그랜저를 대신해 전륜 대형 세단 포지션에 맞게 출시한 기대작이었다. 세련되고 위풍당당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신개념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특유의 정숙성으로 '상무차'라는 네이밍까지 붙으며 법인차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아슬란 출시 당시 현대차 측은 "국내 완성차 시장뿐 아니라 독일 고급 세단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형 모델이다"며 "고급 세단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잇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사자의 포효는 없었다. 시장에선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낀 '어정쩡한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그랜저, 제네시스와 비교해 특색이 없고, 가격도 애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아슬란 판매량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2014년 출시 3개월 동안 2551대 판매에 그치며 목표량인 6000대에 한참 밑돌았다. 2015년(총판매량 8620대) 월평균 719대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총판매량 2246대)엔 187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11월까지 총판매량은 438대(월평균 약 40대)에 그치며 끝내 '단종'으로 이어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슬란은 탄생 자체부터 힘들었다. 포지셔닝, 마케팅 모두 애매모호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모두 워낙 인기 모델이기 때문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또한, 기본적으로 신모델이면 다른 차종과 비교해 특화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아슬란은 그러지 못했다. 디자인부터 옵션까지 모두 애매했다. 업계 사람들에게 "아슬란의 특징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모두 머리를 긁적거린다. 예전에 마르샤와 비슷한 상황이다. 자리매김에 실패하며 단종으로 이어졌다. 첫 단추부터 어긋난 모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사실, 타 모델을 제쳐두고 아슬란 자체만 놓고 보면 이렇게 빨리 단종될 정도의 차량은 아니었다. 달리기 성능이나 여러 옵션 그리고 디자인까지 나름 괜찮은 모델이다. 다만, 그랜저와 제네시스라는 베스트셀링 모델 사이에선 내세울 만한 특징이 하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 자체적으로 품질이나 성능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다만, 외부에서 아슬란을 두고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김 교수가 아슬란과 같은 운명을 걸었다는 마르샤는 지난 1995년 3월에 출시돼 1998년 10월에 단종됐다.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준대형 세단으로 제작됐다. 쏘나타 2의 플랫폼을 대거 공유하면서 그랜저 못지않은 고급 사양들이 대거 채택해 출시 초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 '쏘나타 2 페이스리프트 버전이지만, 가격은 그랜저급이다'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3년 7개월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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