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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통신비 인하, 어디까지 왔나…"속도보단 질"
입력: 2017.12.06 13:57 / 수정: 2017.12.06 14:04

문재인 정부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남용희 기자
문재인 정부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문재인 정부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가계통신비 인하다. 체감도가 높은 현안인 만큼 국민들의 기대 또한 높았던 것이 바로 통신비 인하이기도 하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취임 7개월 째다.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더 많다. 정부와 업계의 의견차가 여전히 뚜렷하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계통신비 관련 중장기 대책을 논의하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중앙부처와 이동통신사·단말기 제조사 등 이해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오는 8일 3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선 회의에서는 여러 통신비 인하 방안과 관련,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수준의 논의가 진행됐다.

◆ 기본료 폐지 수면 아래로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 중 가장 먼저 추진한 방안은 이동통신 기본료 1만1000원 폐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기본료 폐지는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동통신사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지금은 폐기되기 직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이동통신 3사는 기본료가 과거에 존재한 개념으로, 정액요금제 위주인 현 데이터 요금제 구조에서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기본료 폐지를 요구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약을 밀어붙였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결국, 기본료 폐지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논의 자체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협의회에서는 기본료 폐지를 논의 안건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시민단체들도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기본료 폐지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안건으로 채택된 만큼 기본료 폐지가 통신비 인하 관련 이슈로 재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인상된 이후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X(텐)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거의 모든 고객이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남용희 기자
지난 9월 15일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인상된 이후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X(텐)'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거의 모든 고객이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남용희 기자

◆ 대세로 자리 잡은 선택약정 할인

앞서 기본료 폐지와 관련된 갈등이 지속되자 현실에 맞추는 방향으로 제기된 통신비 인하 정책이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이다. 이 역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이동통신사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압박에 이동통신사들이 한발 물러나면서 현재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된 선택약정 할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부터다.

할인율 인상에 따라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늘어나고 있다. 고가 단말의 경우 원래 선택약정 할인 선택이 많았지만, 할인율 인상 이후 그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아이폰X(텐)'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 다수가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통신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고가요금제 유치에 힘쓰고 있다.

제도 도입 전부터 제기된 부정적인 의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외산폰에만 유리한 제도라는 점과 5세대 이동통신(5G) 등 미래 산업 준비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동통신사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규제는 미래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알뜰폰 가입자 이탈 늘어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알뜰폰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는 이유가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이탈한 가입자수는 6만1913명이다. 반대로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수는 5만7270명이다.

알뜰폰에 가입한 뒤 이동통신 3사로 이동한 가입자수는 지난 9월 기준 366명 수준이다. 할인율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10월에는 1648명으로 늘어났고, 11월에는 그 폭이 더 커졌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이 알뜰폰 사업자의 장점이었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알뜰폰은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자율 경쟁에 따라 자연스러운 통신비 인하가 이뤄지려면 알뜰폰 사업을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심현덕 간사는 "40개가 넘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알뜰폰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등 향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중·장기 과제가 남아 있다. /더팩트DB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등 향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중·장기 과제가 남아 있다. /더팩트DB

◆ 완전자급제 등 난제 산적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거나 논의 예정인 정책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등이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를 분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협의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사안 중 하나다. 유통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지만,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급제가 시행되면 수수료, 인센티브 등이 사라져 유통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3만 원대 요금제가 제공하는 수준인 음성 월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2만 원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2만 원짜리 상품 출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맡게 된다. SK텔레콤이 해당 상품을 내놓으면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가입자에게 요금이 1만 원 이상 인하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편요금제 역시 이동통신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고객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중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재원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분리공시제가 실제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중심의 유통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 좀 더 손질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통신비 인하 정책은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모든 사안에서 이동통신사, 제조사, 유통망 등 이해 관계자 간 의견차가 존재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이견조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통신비 인하 정책은 빠르게 시행하기보단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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