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지난달 28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 GS홈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GS홈쇼핑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둘러싼 수억 원대 비리 의혹이 홈쇼핑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GS홈쇼핑이 롯데홈쇼핑에 이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GS홈쇼핑은 검찰 수사에 따른 논란이 불거지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의 측근을 구속기소하는 등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하면서 GS홈쇼핑은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불똥 튄 GS홈쇼핑, 검찰 수사 압박에 긴장감 고조
검찰이 전 전 수석 영장 재청구를 염두에 두고 보강수사에 나서면서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비리 수사가 홈쇼핑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GS홈쇼핑이 롯데홈쇼핑과 비슷한 경위로 e스포츠협회를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달 28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 GS홈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GS홈쇼핑은 지난 2013년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 원 가량의 후원금을 낸 바 있다.
검찰은 GS홈쇼핑 본사에서 각종 전산 자료와 내부 문서를 확보한 후 후원금을 낸 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재승인 문제를 다루는 미방위 소속이었고 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서 해당 기관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홈쇼핑 업계가 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 전 전 수석으로부터 사업권 재승인 등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GS홈쇼핑 압수수색은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 차원이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 전 수석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2015년 당시 명예회장으로 있었던 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 등의 후원금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3000만 원 중 1억1000만 원을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식으로 빼돌렸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이 제공한 500만 원대 무기명 선불카드를 가족이 쓰게 하고 제주에 위치한 롯데 고급 리조트에서 공짜 숙박한 혐의도 있다.
GS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기부금을 낸 구조 역시 롯데홈쇼핑과 유사하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던 전 전 수석은 미방위가 관할하는 홈쇼핑 업체를 비판하며 압박을 가했다. 같은 해 국정감사 기간에는 “GS홈쇼핑이 스테로이드가 검출된 크림을 판매했다”며 비판하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e스포츠협회로 기부금이 흘러간 뒤 비판적인 태도를 바꿨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홈쇼핑 업체를 비판한 뒤 보좌진이 나서 이들 업체에 e스포츠협회 후원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부금 납부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GS홈쇼핑이 전 전 수석과 접촉한 단서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최근 본사 압수수색 이후 최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성실히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3년 당시 홈쇼핑 재승인 문제를 다루는 미방위 소속이었고 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서 해당 기관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홈쇼핑 업계가 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고 전 전 수석으로부터 사업권 재승인 등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병희 기자 |
◆ 1위 싸움 벌이는 GS홈쇼핑…악영향 우려
GS홈쇼핑은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경쟁사들과 외형성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이 약진하면서 GS홈쇼핑이 지켜왔던 1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압수수색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우려가 깊다.
올해 3분기 취급고 기준 GS홈쇼핑은 9467억 원으로 홈쇼핑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J오쇼핑은 8897억 원, 현대홈쇼핑은 8671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취급고는 취소·반품 등을 제외한 순판매액이다. 같은 기간 GS홈쇼핑 영업이익은 3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6% 늘어났다.
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경쟁사가 우위에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현대홈쇼핑(314억 원)이 3사 중 가장 높았고, 상품 제조업체에 대금지급 후 판매수수료를 합산한 개념인 매출액은 CJ오쇼핑이 2590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 2분기 역시 GS홈쇼핑(2635억 원)은 290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CJ오쇼핑에 뒤쳐졌다. 영업이익을 살펴봐도 CJ오쇼핑(466억 원)이 312억 원에 그친 GS홈쇼핑을 크게 따돌렸다.
즉, GS홈쇼핑이 전체적으로 상품을 파는 규모는 앞서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는 경쟁사에 밀리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GS홈쇼핑이 미래 신사업으로 벤처 투자에 역량을 쏟고 있지만 성과는 더디다. GS홈쇼핑은 1700억 원 이상을 들여 국내외 벤처기업 300여개에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의 사업인 만큼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조사와 뇌물 의혹에 휩싸인 만큼 향후 수사 결과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과 더불어 매출 감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후 관련자들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GS홈쇼핑이 신사업뿐 아니라 검찰 조사에 경영 역량을 분산시키게 됐다"며 "GS홈쇼핑이 전장기적 관점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전사적 역량을 쏟을 수 있는 안정화 된 사업 환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GS홈쇼핑 외에 다른 홈쇼핑 업체도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건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업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