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제빵기사 5309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파리바게뜨와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장기전에 돌입하게 됐다. 본안소송의 전초전인 '직접고용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 심리에서는 고용부가 판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양측은 파견근로자보법(파견법) 위반 법리 적용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본안소송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업계는 파리바게뜨가 추진하고 있는 3자 합작사 설립이 기한 내 이뤄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부는 기한 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에 파리바게뜨 경영진을 송치한다는 강수를 뒀다.
◆ 법원, 파리바게뜨 가처분신청 각하…노동부 손 들어줘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이 각하됐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이 고용노동부 산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효력 정지를 구하는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할 뿐 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즉, 이번 지시가 강제성을 띤 '행정처분'이 아니라 '행정지도'기 때문에 집행정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 22일 서울 행정법원에서 열린 '직접고용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리에서 양측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느냐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파리바게뜨는 이번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으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측 변호인단은 "많은 비용을 들여 제빵기사를 고용했는데 최종 판결에서 고용부의 조치가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원상복귀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부 측은 "고용부의 시정지시는 사법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내리는 권고 조치일 뿐 행정처분과 달리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며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존재하니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시정지시는 권고일 뿐이므로 소송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한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리바게뜨의 입장은 난처해지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29일까지 잠정 중지됐던 시정명령이 오는 30일부터 다시 효력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가 제시한 기한인 다음 달 5일까지 제빵기사 5309명을 직접 고용하거나 1인당 1000만 원씩 530억 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과태료 530억 원은 파리바게뜨 지난해 영업이익 665억 원의 80% 수준에 달한다.
파리바게뜨 전체 가맹점주의 70%에 달하는 2368명은 지난 27일 탄원서를 통해 제빵기사들이 본사에 직접 고용될 경우 직접 빵을 굽겠다며 고용부 시정지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제공 |
◆ 파리바게뜨 본안 소송에 집중…장기전 돌입
파리바게뜨 측은 판결 직후 '즉시 항고' 방침을 밝혔다가 몇 시간 후 "항고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행정법원이 "시정지시는 집행정지 가처분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한 만큼 항고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결정이 시장조치를 이행하라는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판결을 수용하고 본안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각하는 집행정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뜻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기각과는 차이가 있다"며 "이번 결정문은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항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고용부는 파견법 위반 법리 적용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본안소송에서 맞붙게 됐다.
파리바게뜨는 "향후 진행될 본안소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용부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 '과태료 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만약 파리바게뜨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면 고용부가 내린 시정명령은 무효가 된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이미 가처분신청에서 각하 결정을 받은 만큼 파리바게뜨의 승산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소송이 장가화되면 파리바게뜨는 물론 가맹점주, 제빵기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제빵기사 직접고용에 반대했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7일 가맹점주의 70%에 해당하는 2368명이 비용부담과 경영자율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고용부에 제출한 바 있다.
◆ 3자 합작사 설립 속도…제빵기사 5309명 동의 얻을 수 있나
현재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명령에 대해 합작법인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제빵기사들을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대신 본사, 가맹점주, 파견업체(도급업체) 3자가 10억 원 규모로 공동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해당 법인(해피파트너즈)의 등록도 마쳤다. 이 회사에서 제빵기사들을 간접고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합자회사로 고용할 경우 파리바게뜨는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단, 제빵기사 전체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3자 간 합작사를 통한 직접고용을 시정 명령에 대한 이행으로 간주한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동의를 받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으나 일부 제빵기사들이 이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측에 따르면 현재 50% 가량의 제빵기사가 3자 합작사로의 전직에 동의했다. 업계 내에서는 제빵기사 전체 대상으로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합작사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고용부는 이번 결정에 따라 다음 달 5일까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한 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검찰에 관련 사안을 송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5309명에 대해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해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했다. 아울러 전국 가맹점에 근무하는 제빵기사 5378명을 11월 9일까지 직접 고용하고,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 1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오는 29일까지 시정지시 효력을 잠정중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