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X(위)이 개통 이틀 만에 10만대 가량 개통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S8플러스 출고가를 낮추는 등 견제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애플의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텐)’이 초고가 논란에도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아이폰X 출시일과 시험 종료일이 겹쳤고 충성고객들의 수요도 몰렸기 때문이다. 점유율 방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으로 방어 태세에 돌입했던 삼성전자는 곧바로 신규모델을 출시하며 맞불작전에 돌입한다. 라이벌인 애플과 삼성전자가 연말 특수 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아이폰X는 지난 주말인 출시 이틀간 국내에서 10만대 이상 개통됐다.
앞서 지난 3일 출시된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의 첫 이틀간 개통량(14만대)까지 포함하면 애플이 가져간 국내 개통량은 24만대 수준이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의 첫 이틀간 개통량인 2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아이폰X이 최고 155만 원의 고가로 출시됐고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지원금을 3만4000원~12만2000원으로 낮게 책정한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아이폰X 초기 공급량이 부족한 점을 들어 시장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수능이 끝난 데다 아이폰X이 출시되면서 번호이동 시장도 크게 움직였다. 아이폰X이 출시된 첫날 번호이동 고객은 3만1978건, 다음 날인 25일에는 2만7284건을 기록했다. 각 이통사 별로 아이폰X 개통량 증감 추이를 보면 SK텔레콤이 619명 순감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96명, 423명 순증했다.
아이폰X 개통 행사가 SK텔레콤 주최로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에서 열린 가운데 구매자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덕인 기자 |
단, 업계는 충성고객의 수요가 초기에 몰리는 아이폰 특성상 아이폰X 열기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X은 64GB 모델이 136만700원, 256GB 모델이 155만7600원에 달하는 등 초고가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09년 처음 출시된 아이폰3GS가 81만4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용량 기준 8년 만에 67% 인상된 셈이다.
충성고객을 제외한 일반 고객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아이폰X을 살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반짝 흥행으로 그칠 수 있다. 또한 연말연초 주요 고객층이 수험생, 졸업·입학생 등 주로 학생인 점을 고려하면 고가인 점이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폰X 수급 역시 관건이다. 애플은 아이폰X 핵심 부품인 LTE안테나 등의 낮은 수율로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사전 예약한 국내 소비자들 역시 제품을 제때 수령하지 못하면서 LG유플러스는 ‘땡큐(Thank U)’ 이벤트로 소비자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아이폰X 출시에 맞춰 ‘갤럭시S8플러스’ 128GB 출고가를 기존 115만5000원에서 109만4500원으로 6만500원 인하하고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아이폰X 국내 사전 예약이 단 몇 분 안에 매진되는 등 흥행 열기를 보이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출시한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는 이달 초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이폰X 출시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28일 갤럭시S8 버건디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고 애플 아이폰X 흥행 열기에 맞불을 놓는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삼성전자는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다소 도발적인 프모로션도 펼치고 있다. 삼성은 27일까지 아이폰 이용 고객이 갤럭시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발된 아이폰 이용자들은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중 하나를 선택해 무약정폰 가격과 참가비 5만 원을 낸 후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체험 기간인 한 달이 지난 후 계속해 삼성제품을 사용할 경우 참가비를 환불받고 블루투스 스피커 등 각종 경품도 받을 수 있다. 제품을 반납할 경우 참가비는 돌려받을 수 없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갤럭시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컬러 마케팅’도 재개한다. 삼성전자는 28일 ‘갤럭시S8’ 신규 모델인 버건디 레드를 국내 출시하며 아이폰X 수요를 분산시킬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아이폰8이 출시되자 갤럭시노트8 메이플 골드를 내놓으며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수험생 수요를 잡기 위해서 다음 달 31일까지 19~21세 고객을 대상으로 ‘갓 스물 수능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갤럭시노트8, 갤럭시S8, 갤럭시S8플러스를 구매하면 17만 원 상당의 AKG 블루투스 스피커와 삼성 뮤직 무제한 전곡 듣기 3개월 이용권을 100원에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데다 애플의 고가 논란도 겹쳐지면서 업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애플과 삼성전자의 흐름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X이 고가 논란에도 순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맞불 작전에 돌입한 삼성전자 역시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아이폰X 수요가 얼마나 지속되냐가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