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닥 지수가 2년 4개월여 만에 780선을 돌파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 향후 전망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이달 초까지만 해도 700선 아래로 거래되던 코스닥 지수가 780선까지 돌파하며 훨훨 날고 있다. 투자전문가들 사이에서 코스닥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2.19포인트(1.59%) 오른 780.22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장중·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이며, 코스닥이 780선을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이후 2년 4개 월만이다.
코스닥은 이달 초만 해도 700선 아래에서 거래됐다. 그러다 3일 700선에 진입했고, 10일 720선, 13일 740선, 14일 750선, 15일 760선을 돌파하며 그야말로 '고공행진'을 펼쳤다.
코스닥 시장이 강세장을 펼친 데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독립성을 강화해 코스피와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진입규제와 관행 정비, 연기금의 코스닥 주식 투자 비중 확대 유도를 위한 벤치마크 지수와 기금운용평가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6일 금융투자협회 금융위원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코스피 지수가 2500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아직 600대에 머물러 있다"며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6일 금융투자협회 금융위원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코스닥 시장 강화를 강조했다. /문병희 기자 |
실제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연기금이 코스닥 종목에 적극 돈을 풀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6일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4672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 1193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종목의 실적 개선세도 지수 상승을 이끈 주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해 38%에 이르지만, 2018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코스닥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해 34%에서 내년에 36%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로서는 코스닥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전략적 관점에서는 코스닥 상승을 미래 실적에 대한 반영이 빠르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내년에 영업이익 증가율이 나아지는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일련의 주가 버블화 경향에도 코스닥 시장에 대한 중장기 낙관론은 불변하다"며 "미국 경기 모멘텀의 낙수효과와 내년 내수 소비경기 활성화,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혁신산업 육성, 중소기업 활성화 등 문재인 정부 정책 효과가 구체화될 전망이고, '코스닥 살리기' 등이 중장기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반영돼 단기 급등한 만큼 이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업종 내 지나친 고평가 종목이 있다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지만 최근 중소형주의 고밸류 부담은 고민해볼 문제다"라며 "사드 이슈 해소만으로 중소형주 랠리를 해석하자면, 최근 급등한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고평가주에 대한 부담이 표출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고려돼야 하며, 높은 수준의 신용융자잔고 비중도 현재는 주가를 가속할 요인이지만 급락 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무분별하게 중소형주를 매매하기보다는 거래대금과 신용융자 잔고 금액 증가 소재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