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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대형마트·백화점, 장애인주차구역 '얌체족' 사실상 방관 이유는
입력: 2017.11.16 05:00 / 수정: 2017.11.16 05:00

지난 13일 롯데마트 구로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로 근처에 대형 쓰레기통과 카트들이 즐비했다. 출입구 바로 앞에 일반 주차공간을 배치해 차량이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구로=안옥희 기자
지난 13일 롯데마트 구로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로 근처에 대형 쓰레기통과 카트들이 즐비했다. 출입구 바로 앞에 일반 주차공간을 배치해 차량이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구로=안옥희 기자

[더팩트│구로=안옥희 기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 불법 주차 단속이 해마다 이뤄지고 있으나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장애인 주차구역 '얌체족'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팩트>는 정부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 주차 집중 단속에 나선 첫날인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일대 대형마트와 백화점 6곳을 취재했다. 이어 15일 다시 한 번 현장 취재를 통해 불법 행위 실태 파악과 함께 얌체 주차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짚어봤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출입구와 가깝고 주차면 넓이도 휠체어 등의 이동을 위해 3.3m x 5m로 일반 주차면보다 넓다. 그동안 접근성이 좋고 주차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부 비장애인들의 불법 얌체 주차 행위가 만연했다. 이 같은 일부 비양심적인 비장애인들 때문에 장애인들은 이동권을 침해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정부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강화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장애인단체와 함께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대형마트, 공공체육시설, 읍·면·동사무소, 자연공원 등 전국 주차장 3708곳을 합동점검한다. 이 같이 정부가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얌체 주차 행위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주차표지를 위조·변조하는 등 부정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200만원에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주차표지가 있어도 보행장애인이 타고 있지 않은 경우나 직접 주차를 하지 않더라도 주차 방해 행위만으로도 과태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두 차례 취재 결과 비장애인의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행태는 여전했다. 15일 다시 찾은 해당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비장애인 차량의 주차, 보행장애인 탑승 없이 주차, 주차표지 위·변조 및 표지 양도·대여 등 부정사용, 주차 방해 행위 등 불법 주차 여부를 살펴본 결과 비장애인 차량의 얌체 불법 주차가 가장 많았다. 보행장애인 탑승 없이 주차하거나 아직까지 새로 변경된 원형 표지가 아닌 기존 사각형의 주차 표지를 부착한 차량도 상당수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앞에 경사가 있는 턱이 있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까지 거리가 있어서 장애인 이동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앞에 경사가 있는 턱이 있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까지 거리가 있어서 장애인 이동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앞서 지난 13일 오후 홈플러스 금천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서 장애인 주차표지를 부착하지 않고 불법 주차 중인 비장애인 차량 한 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관리하는 주차 관리 직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위반 시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비장애인 차량이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한 것이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 10만원 부과 대상이다.

바로 옆에선 장애인 주차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장애인 주차표지를 부착했더라도 자동차에 반드시 보행 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해야만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취재진 확인 결과 해당 차량 운전자는 비장애인이었고 장애인도 탑승하지 않았다. 이 경우 과태료 10만원에 표지 회수 및 재발급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

취재진이 다가가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동승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그는 "10분밖에 안 세웠다. 금방 갈 거라서 혼자 왔다"며 황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매장 내 안내 방송을 통해 주기적으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관련 캠페인 홍보 안내 멘트도 송출하고 있었고 2시간에 한 번씩 정기 순찰 및 수시 순찰을 실시하고 있었다"면서 "강서점 등 일부 매장은 지자체, 장애인단체와 함께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비장애인 차량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 장애인 차량에 주차표지 교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옥희 기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 장애인 차량에 주차표지 교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안옥희 기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로 이동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살펴봤다. 백화점과 가장 가까운 출구에는 VIP 고객을 위한 발렛 전용 주차 공간이 위치해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상대적으로 백화점과 거리가 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주차 공간이 전반적으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어 한 눈에 장애인 전용과 발렛 전용 구분이 어려워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 내년부터 기존 표지 붙이고 장애인 구역 주차 시 과태료 10만원 부과

이곳에서 주차표지 교체 안내문이 부착된 차량도 찾을 수 있었다. 정부는 2003년 이후 사용해오던 장애인 주차표지의 모양과 색상을 올해 초에 변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표지(사각형)를 사용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새 표지(원형)로 교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내년부터 기존 표지를 붙이고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롯데마트 구로점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로 근처에 대형 쓰레기통과 카트들이 즐비했다. 장애인 주차 구역에 물품을 가져다 놓는 등 주차 방해 행위에 해당하진 않지만, 휠체어 장애인이 차량을 타고 내릴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위치였다. 장애인 주차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취재한 결과 보행장애인 탑승 없이 불법 주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에서도 비장애인의 양심을 저버린 불법 주차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각 점포에서 비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도록 직원들이 시간대를 나눠서 주기적으로 안내 멘트를 내보내고 있다"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홍보 캠페인의 일환이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주차장 출입구 앞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두었으나 경사가 있는 턱이 있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까지 거리가 있어서 장애인 이동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었다. 기존 주차표지를 부착한 장애인 차량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차량 차주는 "변경된 건 알고 있었는데 내년부터 과태료 대상인 줄을 몰랐다. 당장 표지를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이마트 타임스퀘어몰은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알리는 그림이 바닥에만 있고 안내판 높이도 차량에 가려져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찾기가 어렵다. 비상벨 높이도 휠체어 장애인에겐 다소 높다. /안옥희 기자
이마트 타임스퀘어몰은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알리는 그림이 바닥에만 있고 안내판 높이도 차량에 가려져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찾기가 어렵다. 비상벨 높이도 휠체어 장애인에겐 다소 높다. /안옥희 기자

이마트 타임스퀘어몰은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알리는 그림이 바닥에만 있어서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보행장애인 탑승 없이 주차한 장애인 차량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차량 운전자는 "주차 스티커만 붙이면 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쏘아붙였다. 같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역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안내판이 작고 그림이 바닥에만 그려져 있어 한 눈에 찾기 어려웠다.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만 만들어놓고 정작 관리 손 놓고 있다는 지적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만 만들어놓고 정작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위한 진정한 배려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취재진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주차공간을 둘러본 결과 출입구에서 멀거나 바닥 턱이 높거나 추락방지대(안전바)가 없는 곳이 상당수였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안내하고 관리하기 위해 상주하는 직원도 만날 수 없었다. 또한, 직원 호출벨의 위치는 일반적인 휠체어 장애인의 눈높이보다 높은 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등 편의법'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장애인단체 등과 함께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 판매시설, 장애인의 이용가능성이 높은 공원 및 공공체육시설, 읍·면·동사무소 등 전국 3708개소가 대상이다.

주요 점검 내용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하거나 주차표지 위·변조 및 표지 양도·대여 등 부정 사용, 주차방해행위 등이다. 민관은 관련법에 따라 매장 출입구 근처에 장애인 주차구역 설정, 평평한 바닥면 설치 등을 규정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설치의 적정성 여부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15일 다시 찾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는 비장애인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다. /안옥희 기자
15일 다시 찾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는 비장애인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다. /안옥희 기자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단속도 실시되고 있다. 민관 합동 점검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장애인 주차구역 내 불법 행위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당한 사람은 과태료를 물지만, 신고한 사람에 대한 포상금은 따로 없다. 업계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불법 행위로 불편함을 겪은 장애인, 과태료를 문 적 있는 비장애인에게서 특히 신고 빈도가 높다.

◆ 단속 권한도 없고, 비장애인의 불법 주차 고객도 고객이니…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비장애인의 불법 주차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관련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캠페인을 통한 정부 정책 협조 요청 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관련 민원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했다가 과태료를 물었다며 매장 고객센터에 찾아가 '매장 이용하다가 벌금을 물었으니 대신 내달라'는 내용의 항의를 하는 고객들도 상당하다. 대부분 업체가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 및 과태료 안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객의 위반 행위를 발견해도 신고 등 지적에 주저하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장애인 차량으로 인해 주차에 어려움을 겪은 장애인과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신고를 당해서 과태료를 문 비장애인 모두 우리에겐 같은 고객이다. 불법 행위한 고객도, 신고한 고객도 고객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등 적발건수는 2011년 1만2000여건에서 지난해 26만 3000여건으로 최근 5년 사이 20배 넘게 증가했다. 부과된 과태료만 254억여 원에 달한다. 해마다 적발 건수가 늘고 있어 장애인 주차 관련 불편함을 예방하고 장애인 배려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 단속과 함께 캠페인 병행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인식 제고를 통해 올바른 장애인 배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이용 시 좁은 공간과 접근성 문제 등 미흡한 시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많다"며 "단속과 함께 캠페인을 병행하면 비장애인들이 정책과 취지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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