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패션기업들이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부진으로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이랜드월드의 SPA브랜드 스파오의 서울 명동 매장 전경. /안옥희 기자 |
[더팩트│안옥희 기자] 국내 패션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패션 업계가 막대한 소비 잠재력을 갖춘 중국 공략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전하고 있다. 중국 패션 시장이 불확실한 데다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들이 사드보복 여파로 인한 중국 패션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랜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사업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의념(여성복), 의련(남성복), 위시(아동복) 등 3개 중국 현지법인의 올해 상반기 매출도 모두 급감했다. 의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한 3893억원, 의련 매출은 33% 줄어든 2658억 원, 위시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한 1049억 원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제조·판매 일괄)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도 중국 시장에서 아직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중국 상하이 현지 법인은 사드 갈등이 불거진 올 상반기 총 43억 원(2개 법인 합산액)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국 내 추가 출점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중국에 대규모로 출점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에잇세컨즈는 아직 매장이 한 개만 있는 상황이다"며 "사드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잘됐다 또는 부진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중국 패션시장 규모는 오는 2019년 약 382조 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패션 브랜드가 중국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며 공략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은 높은 시장 잠재력만큼이나 단시일에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어 매우 까다로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사드는 중국시장의 많은 불확실성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란 지적이다.
패션업계는 사드 등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외 해외시장 활로 모색에 분주하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 전경. /안옥희 기자 |
중국은 전 국토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자 체형은 비슷하지만, 시장 환경이 국내와는 많이 다르다. 이에 중국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국 시장 공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 국토가 계절이 다르므로 지역마다 다 다른 트렌드가 있다"며 "또한, 사드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책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기 때문에 단순히 한 두 가지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어서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사드 등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외 해외시장 활로 모색에 분주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지난달 홍콩 최대 패션박람회 '센터스테이지'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패션쇼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9월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는 뉴욕 맨해튼에서 2018년 봄·여름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다지고 있다.
중국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기업 한섬은 시스템옴므와 시스템으로 프랑스 대표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하는 등 유럽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 2007년 말 중국 시장에 진출한 LF패션의 헤지스도 최근 동남아, 유럽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최근 중국 당대회,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등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업계는 사드 보복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다는 점을 들어 최근의 분위기를 사드 보복 조치의 완화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중국 사업 재추진 및 확대를 논의하기에는 섣부른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