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 상단)과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각각 내년 4월,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 회장이 채용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향후 거취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협이 다양한 이슈에 직면한 만큼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25일 김용환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불거진 금융감독원(금감원) 채용 비리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감원은 지난해 신입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수정하거나 계획보다 채용 인원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부적격자를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수출입은행 고위 임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 회장이 금감원 채용 시험에 응시한 수출입은행 간부 아들 A씨가 합격할 수 있도록 금감원 이 모 전 총무국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뒤 2011~2014년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2015년부터 농협금융의 수장으로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4월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임기가 아직 6개월 정도 남아있지만 압수수색에 이어 소환 등 검찰 조사가 이어질 경우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김 회장에 대한 재판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더욱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향후 무죄가 선고된다 할지라도 재판을 오랜 기간 끌고 가게 되면 신뢰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유·무죄가 나오기 전 '채용 비리', '압수수색' 등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도 신뢰에 큰 흠집"이라며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임기 중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회장은 '채용 비리'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은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확실히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면서 "검찰 조사에 들어간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회장이 '채용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 농협이 여신사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최저 등의 질타를 받는 등 농협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오는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경섭 행장의 거취 또한 주요 관심사다. 농협금융은 내달 중순쯤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농협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협법상 임기가 끝나기 40일 전에는 CEO 인선에 들어가야 한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은행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경영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3600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2012년 농협은행 출범 이래 상반기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빅배스'를 단행하면서 적자를 냈지만,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농협을 두고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만큼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이번 국감에서 여신사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최저, 농업·비농업인 금리 차별 등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김 회장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농협은행이 출범 이후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 연임 사례가 거의 없어 이 행장 연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농협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만큼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