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해외브랜드 론칭이나 유명 디자이너 협업 등으로 패션 브랜드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홈쇼핑 PB 'J BY'(정구호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탈리아 '밀라노 화이트쇼' 박람회에 참가한 모습. /현대홈쇼핑 제공 |
[더팩트│황원영 기자] "홈쇼핑 업계가 패션 고급화를 위해 해왔던 노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홈쇼핑 업체 제품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숙 여사 뿐 아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홈쇼핑에서 구입한 정장을 여러 차례 입고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정계 유명인사가 홈쇼핑 의류를 즐겨 입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홈쇼핑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했다. '영부인이 입는 정장', '정계 인사가 입는 자켓'이라는 입소문이 타면서 매출도 급격히 뛰었다.
◆ 명품 손잡고 소재 고급화…밀라노 패션박람회까지 '환골탈태'
업계는 이 같은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소재와 브랜드를 프리미엄화하는 등 홈쇼핑 업계가 의류의 고급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3종 세트' 등 물량 공세와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제품 판매에 초점을 맞췄던 홈쇼핑 업계는 최근 몇 년간 프리미엄화, 명품화로 의류 사업을 재정의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환골탈태"라고 표현했다. 각 홈쇼핑 회사마다 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하는가하면 유럽에서 열리는 패션 박람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는 "홈쇼핑은 저렴한 옷을 대량 판매한다거나 유행에 뒤떨어진 옷을 취급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각 홈쇼핑이 최근 몇 년간 소재를 고급화하고, 유명한 의류 디자이너나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현재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정장의 경우 CJ오쇼핑이 미국 브랜드 베라왕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만든 제품이다. 베라왕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즐겨 찾는 브랜드다.
홈쇼핑 패션은 물량확대 보다는 소재 고급화와 디자인 차별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CJ홈쇼핑이 여성의류 브랜드 '엣지(A+G)'를 통해 선보인 엣지 프리미엄 유러피안 컬렉션. /CJ홈쇼핑 제공 |
또한, CJ오쇼핑은 여성의류 브랜드 '엣지(A+G)'를 통해 프랑스의 '르네(LENER)', 스코틀랜드의 '록캐런(LOCHCARRON)'과 협업한 '엣지 프리미엄 유러피안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고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르네의 경우 6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코트 전문 브랜드로, 국내 유명 백화점 편집숍이 르네와 협업해 100만 원이 넘는 코트를 선보인 바 있다. 록캐런은 스코틀랜트의 전통 체크무늬인 타탄 체크 스카프와 니트웨어 전문 브랜드다.
이 뿐만 아니다. 앞서 CJ오쇼핑은 세계 최대 캐시미어회사인 '고비'와 업무협약을 맺고 몽골리안 캐시미어를 사용한 니트와 코트 등을 판매했다.
현대홈쇼핑은 디자이너 정구호와 손잡고 고급 여성복 브랜드 'J BY'를 지난해 론칭했다. 특히, J BY는 국내 홈쇼핑 패션 브랜드 중 처음으로 패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첫발을 내디뎠다. '밀라노 화이트쇼'는 프랑스 파리 '캡슐쇼', 독일 베를린 'BBB(Berlin Bread and Butter)'와 더불어 유럽 3대 패션박람회 중 하나로, 선별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박람회 참여는 현대홈쇼핑 패션사업 고급화 전략의 일환 중 하나로, 패션 브랜드 전반에 대한 위상 제고는 물론 프리미엄 이미지가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현지 반응에 따라 'J BY'의 해외 수출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F/W 시즌을 맞이해 프리미엄 패션의류 PB인 '라씨엔토(Laciento)'를 론칭했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의류는 합성섬유 혼방을 사용해 가성비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라씨엔토는 기존 홈쇼핑 의류 대비 가격대가 약 20~40% 높은 프리미엄 소재로 제작했다. 현대홈쇼핑은 라씨엔토를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PB 브랜드 'LBL'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으며, 100%캐시미어 니트, 터키산 무스탕 코트 등 소재를 고급화하고 유명 배우를 모델로 내세웠다.
신세계TV쇼핑은 명품 전문 프로그램 'S-STYLE'을 고정 편성해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홈쇼핑이 의류 고급화에 나서면서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 각 홈쇼핑 업체는 PB브랜드 목표 매출액을 수백 억 원대로 잡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홈쇼핑 제공. |
◆ 고급화에 만족한 소비자들 '완판 행렬'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정계 유명 인사가 홈쇼핑 옷을 즐겨 찾는 것은 물론 매출도 크게 늘었다.
김정숙 여사가 입은 CJ오쇼핑 제품의 경우 청와대가 관련 내용을 공개한 이후 지난 9일부터 판매량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하루에 20벌이 조금 넘게 팔렸던 이 제품은 200벌씩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CJ오쇼핑은 VW베라왕, 캐서린 말란드리노 등 12개 브랜드의 캐시미어상품으로 130억 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올해 내놓은 고비의 캐시미어숄도 지난해 목표보다 3배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롯데홈쇼핑 역시 추미애 더불어 대표가 입은 정장 판매량이 기존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추미애 대표가 입은 분홍색 정장 세트 판매는 2배 늘었다.
앞서 지난달 7일 롯데홈쇼핑 자체브랜드 LBL에서 내놓은 신상품은 판매 두 시간 만에 50억 원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목표 270%를 초과 달성한 금액이다. '캐시미어 100 홀가먼트 롱니트'는 방송 시작과 함께 1만 세트 주문을 달성했고, '터키산 양털 무스탕 니트 코트'는 준비 물량 21억 원어치가 30분 만에 다 나갔다. 올해 LBL 매출 목표는 700억 원에 이른다.
현대홈쇼핑 J BY 역시 정구호 디자이너만의 단아한 스타일로 전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며 1년간 약 700억 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캐시미어, 풀스킨밍크 등 고가 소재로 분류되는 의류 구매 고객수도 2014년 대비 2016년 28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객 인당 8만 원대였던 평균 지출액이 지난해 20만 원까지 뛰었다.
홈쇼핑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 패션은 단순한 물량확대보다 소재나 브랜드의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급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홈쇼핑을 합리적 가격에 프리미엄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