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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주객전도' 이재용 항소심, 법과 감정 사이의 아쉬움
입력: 2017.10.21 05:00 / 수정: 2017.10.21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초반부터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기 싸움으로 법리 다툼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초반부터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기 싸움으로 법리 다툼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를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재판이 치러진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항소심이 시작되면서 '세기의 재판'은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대중의 관심 때문일까. 재판 초기부터 특검과 변호인단의 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법리 다툼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9일 서울 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항소심 2차 재판에서는 그 수위가 절정에 달했다. 문제는 양측의 신경전 속에 형사 재판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배치되는 발언들이 아무렇지 않게 노출된다는 데 있다.

이날 '법리'와 '감정'의 경계가 위태한 발언이 나온 것은 삼성 측 변호인단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언을 두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변호인 측의 프리젠테이션(PT)이 끝나자 반론 기회를 얻은 특검의 강백신 파견검사는 "변호인 측에서 김종, 박원오의 증언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런데 그들의 역할과 지위를 피고인들과 비교해보면 어느 쪽에서 허위진술을 많이 할 것인지는 계산해 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 다음은 앞에 있는 피고인들이다"며 "피고인들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위증죄가 두려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김종과 박원오보다 피고인들이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갸야 할 것이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7월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7월 23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유라를 지원하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김 전 차관과 박 전 전무는 '삼성에서 비선의 실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증인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당시 발언이 검찰 조사 때는 물론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다른 어떤 재판에서도 단 한 번도 진술하지 않았던 내용이라는 데 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진술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박 전 사장과 대화 내용을 적은 수첩을 비 오는 날 택시에서 잃어버렸다"는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재판부의 증언 수용 여부에 따라 법리해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중대안을 두고 불분명한 증거에 관해 문제를 제기를 하는 것은 변호인단의 방어권 행사다.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2차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 사이에서 법리와 감정의 경계가 위태한 발언이 나온 것은 삼성 측 변호인단이 김종(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언을 두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2차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 사이에서 '법리'와 '감정'의 경계가 위태한 발언이 나온 것은 삼성 측 변호인단이 김종(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언을 두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더팩트 DB

김 전 차관의 발언이 과연 신빙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면 거기에 맞는 입증과 증거를 기반으로 한 부연설명으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피고인들의 진술의 진위여부, 유무죄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헌법 제27조 4항에서는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한다. 지난 8월 23일 법조계는 물론 재계 안팎의 눈과 귀는 헌정 사상 최초로 1심 선고 재판이 생중계될지에 쏠렸다. 더욱이 그 대상이 되는 재판은 '세기의 재판'이라는 타이틀까지 따라붙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이었기에 나라 밖에서도 관심이 쏠리는 큰 이슈였지만, 결과는 '불허'였다.

당시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공공의 이익이 피고인들의 손해보다 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증거'가 아닌 '감정'이 돼서는 안 된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사실로 아쉬운 장면을 연출한 것은 비단 특검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달 28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 당시 증인 신청 문제를 두고 변호인단이 던진 "특검에서 정유라를 '보쌈 증언'을 시켰고, 그것 때문에 최순실 씨가 증언을 거부했다"는 발언도 피고인의 방어권과 주관적 감정 사이의 애매한 경계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창'을 쥔 검찰도 '방패'를 쥔 변호인단도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발언의 장이 공개로 진행되는 법정이라면, 자칫 평점심을 잃고 던지는 발언이 재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예단과 편견, 선입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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