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20일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와 임금 4% 인상 합의점을 찾고 파업을 종료하는 동시에 21일부터 생산현장에 복귀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하이트진로가 기나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수급에 차질을 빚었던 '효자 제품' 참이슬과 필라이트 역시 정상화로 돌아오게 됐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임금협상은 노사의 팽팽한 대립 속에 26일 동안 이어졌다. <더팩트>는 하이트진로 임금 협상 과정을 정리해봤다.
하이트진로는 20일 오후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19일 저녁부터 20일까지 집중 협상을 통해 임금 4% 인상을 포함한 임단협안에 합의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해 거래처와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노사가 협력해 물량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필라이트·참이슬 판매 호조 그리고 총파업 시작
올해 '필라이트'와 '참이슬' 판매량이 상승 곡선을 그렸던 하이트진로로선 길고 길었던 26일이었다.
만성적인 맥주사업 부진에 시달렸던 하이트진로는 올해 4월 출시한 필라이트로 재기의 기지개를 폈다. 필라이트는 기존 맥주 대비 40% 저렴하고 뛰어난 가성비가 주목받으며 출시 두 달 만에 1200만 캔(355ml 기준), 100일 만에 3400만 캔, 판매 돌파에 이어 8월엔 1600만 캔을 더 팔아치우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출시 당시 월 10만 상자 규모였던 생산량은 6월엔 30만 상자, 7월엔 60만 상자 이상까지 늘렸고, 8월에는 80만 상자 이상까지 확대하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효자 제품' 참이슬 역시 노조 파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도권을 필두로 지방 점유율이 올라가며 상승 기류를 타고 있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노조 임금 협상이 진행되기 전까지 참이슬 실적이 정말 좋았다. 영호남 지방 소주의 부진으로 해당 지역 점유율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사간 임금협상 결렬에 발목 잡혔다.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앞에서 만난 한 노조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에 '매년 진행되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역시 17일 오후 "당시(지난달 25일)만 해도 이렇게까지 끌고 갈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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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좁혀지지 않은 노사 이견…필라이트·참이슬 대란?
하지만 노사의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임금 인상안과 더불어 최근 하이트진로가 공장 한 곳 매각을 결정하면서 노조의 고용불안 역시 커져 갔기 때문이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임금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이다.
노조는 지난 11일과 12일엔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사측과 팽팽히 맞섰다. 13일 진행된 19차 교섭에선 임금 인상 요구안을 7.5%에서 0.5% 낮춘 7.0%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결렬됐다.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설상가상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참이슬, 필라이트 생산·공급에 차질이 이어졌다. 노조 측은 13일 6개 공장 가운데 4개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들 4개 공장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1조8902억 원 가운데 약 82.6%(1조5614억 원)를 책임졌던 곳이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선 참이슬, 필라이트 대란까지 벌어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공장 생산이 중단되면서 생산·공급 차질은 분명했다. 일부 도매상에서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노사는 지난 16일부터 17일 새벽까지 진행된 20번째 만남에서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이견을 좁혀갔다. /하이트진로 제공, 이성로 기자 |
◆ 희망과 갈등이 공존했던 20번째 만남
하이트진로 노사는 20번째 협상 테이블에서도 큰 소득을 보지 못했다. 16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협상은 다음 날(17일) 새벽 2시까지 이어졌지만, 뚜렷한 결과물 없이 정회를 맞이했다.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임금 인상률을 3~5%까지 거리를 좁혔지만, 고용 안정건에 대해선 미묘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노사는 20번째 만남을 가진 이후에도 팽팽한 대립의 각을 세웠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차 교섭이 정회된 상황이다. 서로 합의점을 찾다 보니 새벽까지 협상이 길어졌다.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공개할 순 없지만, 협상 결렬이 아닌 정회 상태다. 서로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늘(17일) 중으로 모든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서초 사옥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총파업 결의대회는 이미 예정된 일정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17일 오후에 만난 노조 측은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서초 사옥에서 만난 한 노조 관계자는 "오늘(17일) 새벽까지 협상이 계속됐고, 현재 정회 중이다. 오전에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사측에서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노조는 모두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상황이다"며 "하이트진로, 노조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인 분위기다. 노조 측은 수정된 제시안을 보냈지만, 사측이 워낙 완강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노사는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끝난 뒤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기존 입장인 '동결'에서 한 발 물러나 '기본급 인상검토(호봉 및 통상임금분 3.5% 선반영)'로 양보하고 '고용보장안'을 선제시했다. 반면 노조 측은 '대표이사가 교섭에 참여', '책임임원 퇴진'등을 요구했다.
하이트진로는 18일 맥주를 생산하는 마산공장에 34명의 노조원이 복귀했고, 노조가 교섭 전제조건으로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임원퇴진등을 철회하면 임단협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제공 |
◆ 마산공장 재가동과 함게 극적 타결
사측이 한 발 양보한 상황에서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이후 노사의 협상은 빠른 전개를 보였다. 19일 마산공장에 34명의 노조원과 비노조원 5명 등 모두 39명이 생산 현장에 투입돼 3개의 생산 라인 가운데 2개 라인이 재가동됐다.
당시 하이트진로측은 '20차에 걸친 교섭을 통해 이미 많은 쟁점조항의 단체협상을 수정완료했다. 현재 노조가 교섭 전제조건으로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임원퇴진 등을 철회하면 임단협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하루 뒤. 하이트진로 노사는 26일간의 기나긴 마라톤 줄다리기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노조는 고용보장과 인사권에 대해서 한 발 물러났고, 사측은 애초 임금 '동결'에서 3.5% 그리고 4%까지 양보하며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하이트진로의 한 관계자는 "드디어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애초 동결을 주장했던 사측도 많이 양보를 했고, 노조 측 역시 최종 협상에선 임금 인상 외 다른 요구안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로가 한 발 물러서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매조지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이어져오던 파업을 종료하고 주말인 21일부터 생산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