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와 문구업계가 문구산업 침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다이소의 문구산업 진출과 관련한 문제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며 앞으로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다이소 매장. /이철영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전국 1200개 매장에서 문구를 판매하는 '균일가'생활용품기업 다이소가 동네문구점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유통법을 통한 품목 제한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동네문구점 침체 주범으로 지목된 다이소는 문구업계의 이런 주장의 배경에 문구유통 1위 알파가 있다는 시각을 내비쳐 양사의 갈등도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사)한국문구인연합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문구협회 3개 단체는 최근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체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은 92.8%에 달했다.
다이소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는 달리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점포를 낼 수 있다. 다이소 매장은 현재 전국 1200여 개에 달한다. 최근 논란이 된 이케아가 가구는 물론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업종은 가구전문점으로 등록돼 있어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과 같다. 유통업계가 이를 두고 역차별이라며 개선을 요구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대해서도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영업시간 등의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이소는 여기도 해당하지 않는다.
문구협회 등은 이처럼 다이소가 유통업법을 통해서도 규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점포를 늘리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다이소를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대상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 ▲카테고리 품목 제한 ▲생활전문매장으로 점포 평수 제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적합업종 지정 ▲문구업종 카드수수료 인하 ▲기업형 점포 시 외곽 개설제한 등을 건의했다.
여야 정치권도 국정감사에서 다이소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3개 단체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감에서 "유통 공룡으로 급성장한 다이소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영세 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통법의 대규모 매장 점포 정의에 매출 및 전체 매장 수를 포함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이소는 매장에서 약 1000여 개의 문구를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 측은 전체 제품 중 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 다이소 "알파, 사업문제 되니 우리 걸고 넘어가는 것"
문구 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문구점 침체 주범으로 지목된 다이소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이소 측은 일단 문구협회 3개 단체와 이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동네 소매 문구점 침체와 관련한 다양한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설문을 진행,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에 이어 문구협회 3개 단체의 대표성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반박했다.
다이소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문구협회 3개 단체와 알파(주)의 연관성 때문이다. (사)한국문구인연합회 대표는 전철흥 알파 부사장이며,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알파의 이동재 회장이다. 다이소는 특히 이번 조사 결과를 이동재 회장이 직접 발표하며 다이소를 지목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알파가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15일 "이해당사자인 알파㈜ 회장이자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동재 이사장이 다이소를 지목하며 발표한 설문결과가 객관적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의 최근 주장은 전체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이소의 이런 반론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관련 내용이 다뤄지면서 논란은 더욱더 확산 중이다.
안웅걸 다이소 상무는 1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구점들의 어려움에서 (다이소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네 문구 소매 시장에는 온라인 시장을 비롯해 알파와 같은 문구 전문점의 영향이 더 큰데도 다이소만 특정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전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문구점에 가지 않는다. 또, 문구를 다이소만 파는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등도 다 판매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함에도 다이소만 지칭한 것은 문제라고 본다"면서 "이번 논란을 보면서 유통 1위 알파가 본인들 사업에 문제가 되니까 다이소를 걸고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 측은 다이소로 인한 문구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알파 관계자는 "다이소로 인해 문구산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영 기자 |
◆알파 "다이소에 알파가 걸림돌이지만, 우리는 생계"
문구협회 3개 단체와의 연관성 등으로 배후로 의혹을 받는 알파는 "오해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다이소가 문구점들과의 상생을 거부하며 매장 확대를 통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이소가 문구 단체와 알파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주장과 관련 18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알파 관계자는 "우리도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어 나서면 반발만 사서 나설 수 없다. 이번 사안은 국내 문구사업 보호를 위해 나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어느 조합이든 관련 기업 대표가 선거를 통해 조합장을 맡는다. 단지 알파 대표가 문구공업조합 이사장직을 수행한다고 해서 객관적이지 않다거나 배후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다이소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안은 문구점 실태조사를 통한 문구 유통업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알파와 문구 업계는 다이소가 전국 1200개의 대형 점포 전략을 통해 문구상권을 침해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문구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 정도이다. 알파 관계자는 다이소의 올해 매출을 잠정했을 때 약 1조80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다이소의 문구류 매출(6% 기준)은 약 1080억 원 상당으로 보았다.
그는 "알파가 문구사업을 시작한 지 47년이다. 현재 연간 1400억 원의 총 매출에서 문구류 판매 비중은 약 300억 원 수준"이라며 "그런데 다이소는 불과 6%에 불과한 문구류로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 매출도 불과 1~2년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문구인들의 자생 노력과 관계 없이 문구산업의 미래는 유통 공룡기업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알파 매장이 650개인데 반해, 다이소는 전국에 12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규모도 알파나 다른 문구점이 평균 30평~50평 정도인데 다이소는 300평~500평이다. 문구점들은 심각한 운영 위기로 폐업을 하거나 업종 변경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며 "지역 기반의 소규모 영세한 서점들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시장으로 인해 고전할 때 정부가 나서서 지식산업 보호 목적으로 서점들을 보호했듯, 문구산업도 교육의 기반산업으로서 정부에서 보호하고 육성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유통 공룡으로 급성장한 다이소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영세 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소관 부처에 주문했다. /사진=이찬열 의원 블로그 |
알파 관계자는 "다이소를 비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력창출 등의 긍정적인 부문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부정적 측면이 더 많기에 이렇게 호소하는 것이다. 알파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문구산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 다이소에는 (알파 등이) 걸림돌이지만, 우리 문구업계는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고 강조했다.
다이소와 알파 등 문구업계가 현재 첨예한 대립을 보이지만, 상생을 위해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생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말이 달랐다.
알파와 문구업계는 문구 상권 위협을 두고 다이소와 상생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소가 거부한다고 판단한다. 문구업계와 알파 측은 "다이소는 현재 상황을 두고 알파 등 온라인 핑계로만 몰아가면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문구미래혁신위원회에서 문구산업의 생존을 위해 국감에서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소는 상생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상무는 "지난 1월 한국문구협동조합에서 다이소가 성장하면서 문구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판매를 제한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공문이 왔었다. 그런데 공문 보낸 후 아무런 연락이 없어 대응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7월께 그쪽에서 공문도 보냈는데 다이소는 응답이 없었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감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작년 매출이 1조3000억 원으로 문구는 약 500억~600억 원 정도이다. 다이소는 생활용품전문점이고 그쪽은 문구 전문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대적 환경적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함에도 다이소만 지칭했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이소의 문구 상권 침해를 둘러싼 공방을 정치권에서 관심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정부도 개선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과 문구업계 등의 요구처럼 다이소를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대상으로 지정하고, 출점과 영업일 수를 제한할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