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출신의 김홍창 대표(왼쪽 아래)가 이끄는 잇츠한불이 사드 영향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 속에서 최근 중국 후저우 공장 가동 지연설에 휘말렸다. /더팩트DB |
[더팩트│안옥희 기자] 김홍창 대표가 이끄는 잇츠한불의 중국 사업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합병 이후 새 수장으로 CJ 출신의 김홍창 대표를 선임하며 '제2 달팽이크림' 신화를 쓰기 위해 새로운 도약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사드 사태 장기화 등이 겹쳐 사업 환경이 여전히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긴 시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잇츠한불은 최근 중국 저장성 후저우에 공장을 완공해 이를 통한 현지 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인 가동 날짜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보도자료를 통해서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한 '메이드 인 차이나 바이 코리아(Made in China by Korea)' 제품이 중국 위생허가(CFDA)와 관련된 장애 요인들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드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내 생산공장 가동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현지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던 잇츠한불의 후저우 공장 가동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잇츠한불은 지난 8월 후저우 공장 가동을 위한 소방허가 및 부동산권증서 등도 모두 획득하고 생산허가만 남겨둔 상황이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잇츠한불 IR홍보팀 관계자는 "현지 공장 가동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며 "공장 준공허가(2017.08.04 취득)→소방허가 및 부동산권증서 취득(2017.08.10)→생산허가 취득(연내 취득 목표)의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츠한불은 중국에서 '대박신화'를 쓴 주력 제품인 달팽이크림에 대한 위생허가가 2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며, 현재 마지막 절차인 생산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잇츠한불 제공 |
잇츠한불은 중국 후저우 우싱구 뷰티산업단지에 입주한 1호 외국기업이자 한국기업이다. 회사 측은 "후저우 공장 가동에 따른 고용효과 등 중국경제에 큰 이익에 된다는 점을 중국 당국이 깊이 인식하고 있어 공장 가동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생산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 묻자 회사 관계자는 "참조할만한 다른 회사의 전례가 없어 통상 소요되는 기간을 확답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중국 정부가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달팽이크림의 위생허가를 지연시켰던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이번에도 생산허가를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사드 여파 장기화로 인해 중국 정부가 한국기업에 대한 각종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잇츠한불의 현지 공장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지난 3월 항저우 공장에 중국정부로부터 소방점검을 받고 한 달 여 가동이 중단될 뻔 했다.
이날 잇츠한불 역시 사드로 인한 달팽이크림 위생허가 지연 등 중국 사업에 일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사드는 지정학적 리스크라서 어쩔 도리가 없다. 달팽이크림 개별 제품에 대한 위생허가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달팽이크림에 대한 위생허가 지연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원료상의 문제라고 판단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잇츠한불은 현지 공장 완공 이후 시그니처 제품인 달팽이 라인 및 파워10 포뮬러 등 히트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은 중국 후저우 공장 전경. /잇츠한불 제공 |
후저우 공장 가동 여부와 시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현지생산이 시작되면 위생허가 없이 제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달팽이크림이 2년 가까이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받지 못한 데 따른 실적 부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지 공장을 통한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 전개로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은 물론 중국에 간접 수출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들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어 부진에 빠졌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잇츠한불의 주력 제품인 달팽이 크림은 중국 위생허가(CFDA)가 오랫동안 지연되면서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위생허가를 취득하지 못하면 중국 내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판매할 수 없다. 보통 판매 허가 심사는 약 1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잇츠한불의 경우 판매 허가를 낸 2015년 8월 이후 2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어 답보 상태에 빠졌다.
달팽이크림에 대한 위생허가가 지연되면서 잇츠한불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달팽이크림이 중국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2015년에는 매출 3000억 원 클럽에 가입했으나, 지난해 매출 2673억 원, 영업이익 733억 원에 그쳐 2015년보다 각각 13.6%, 34.4%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541억 원, 1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1%, 51.8% 줄었다.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27억 원, 영업손실 15억 원, 순이익 1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51.7%, 순이익 92.9%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잇츠한불은 올해 유통망 확충과 현지 공장 가동으로 중국 직진출을 본격화, 위생허가로 발목이 잡혔던 달팽이크림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면서 실적 부진을 털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사드 추가 배치에 따른 사드 리스크가 또다시 돌출한 가운데 현지 공장 가동 지연설까지 겹쳐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달팽이크림을 대체할 만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영향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달팽이크림을 비롯한 달팽이 라인 제품은 잇츠스킨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현지 공장 완공 이후 시그니처 제품인 달팽이 라인 및 파워10 포뮬러 등 히트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전용 브랜드 및 현지 로컬 기업들의 OEDM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마케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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