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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박근혜 흔적' 코리아세일페스타, 천덕꾸러기 전락했다
입력: 2017.10.13 05:00 / 수정: 2017.10.13 05:00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인 지난 1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할인 행사장에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안옥희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인 지난 1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할인 행사장에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안옥희 기자

[더팩트│을지로=안옥희 기자] "'박근혜 표' 행사라 그런지 새 정부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효과도 크지 않고 내년에도 열릴지 의문이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애매하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11일 <더팩트>에 유통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관계 부처, 업계, 소비자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 2015년 메르스로 침체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시작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2015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발전시킨 행사로 올해 3회를 맞이했지만, 기대만큼 내수 진작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바뀐 올해는 전망이 더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 지난해 매출을 견인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기존 중국인 관광객 위주였던 행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확장하고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추진과 관련해 가상(VR)스토어 등을 신설했지만,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어색한 동거'라는 평가뿐이다.

정부가 바뀐 지금도 여전히 '박근혜표 행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현 정부가 홍보에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 주무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가 행사 시작 한 달 전부터 보도자료를 열 번이나 배포했으나, 올해는 다섯 번에 그쳤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이날 롯데백화점 소공점 내 매장 상당수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평상시 정기 세일과 별반 차이가 없는 10~20%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이날 롯데백화점 소공점 내 매장 상당수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평상시 정기 세일과 별반 차이가 없는 10~20%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현 정부의 소극적인 태세에 기업들은 당초 정부가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돌입,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었다. 행사는 이미 지난달 28일 시작됐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직 할인 정보가 완전히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명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판촉홍보물 하나 찾기가 어렵다. 지난해 참여 업체 340여개에서 올해는 400여개로 규모를 더 키웠다고 하지만, 실제 공식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260여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고민 끝에 뒤늦게 행사 참여를 결정했다. 업체들의 참여율 저조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참여업체 경품행사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관련 업계는 할인행사 참여에 따른 지원금 등 실효성이 크지 않지만, 정부 차원의 행사라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에 참여업체로 표기돼 있는 한 쇼핑몰 관계자는 "프로모션 하는 건 좋은데 지원금 등 실익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며 "참여업체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쇼핑몰은 작년까지는 일부 참여 브랜드에서 하던 행사를 취합해서 홍보했지만, 올해는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쇼핑몰 관계자는 "쇼핑몰이 임대업이라 입점브랜드에 할인 등을 강제할 수 없다. 국가차원의 행사다보니 참여를 안 할 수가 없어서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례 행사가 됐지만,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업계는 정부가 참여업체들에 대한 지원 등 혜택을 늘려주길 바라고 있는 반면 정부는 할인하는 만큼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할인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승재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기획과 사무관은 "원칙적으로는 외국처럼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기업들, 특히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사 이익을 위해 진행해야하는 행사다"며 "업계가 할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국민에게 알리는 정도가 정부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연간 수시로 진행하는 세일 횟수를 줄여서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할인폭을 대폭 늘려주는 게 좋은데 이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올해 행사가 끝나면 업계와 의견수렴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행사에 반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관계 부처, 업계, 소비자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옥희 기자
관계 부처, 업계, 소비자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옥희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소비자들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탓에 행사 내용은커녕 축제가 열리는 사실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더팩트> 취재진이 11일과 12일 오후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한창 진행 중인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찾았지만, 평일 오후를 감안하더라도 축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이 매장들이 썰렁했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 상당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행사명과 내용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의 존재를 아는 소비자들은 "할인혜택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백화점이 최대 80% 할인율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할인율은 10~20%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같은 낮은 할인율에 일부 소비자는 "백화점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어 굳이 이 기간에 서둘러 구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이 아니어도 백화점은 평상시 세일행사가 매우 잦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재고털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할인 적용이 전 품목이 아닌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어 선택의 폭이 적다는 것이다. 패션잡화 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 모 씨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평소 봐두었던 제품을 사러왔는데 세일 제외 품목이었다"며 "이월상품 재고처리를 위해 세일하는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소비자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낮은 할인율, 이월상품 위주의 할인품목 등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 주도로 이뤄져 할인폭이 매우 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한국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주도해 근본적으로 할인 폭에 대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31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행사 기간은 아직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흥행 부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사드 영향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사상 최대 장기 연휴가 맞물려 지난해만큼의 매출 신장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진행돼 추석 연휴기간과 맞물린 '대규모 특별 할인 기간' 주요 백화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지난 연휴기간 기존 점 기준 전년 추석연휴(9월 10~19일) 대비 25.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9.1%, 현대백화점은 7.5% 증가했다. 백화점들이 다양한 할인행사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장의 연휴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빠져나간 여행객 수가 많았고 나들이객 증가로 쇼핑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등 일부 판매채널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사실상 형식적인 할인행사로 전락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취지대로 위축된 소비심리 개선과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는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참여율을 늘리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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