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과 신성재(오른쪽) 전 하이스코 사장은 재계 대표적인 '남데렐라'로 결혼과 동시에 신분이 수직 상승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임우전 전 고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이며, 신성재 전 사장은 정윤이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와 이혼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재벌가에 시집간 여성들은 내조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정대선 현대 비에스앤씨 사장과 결혼 후 퇴사했고 배우 고현정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결혼 후 연예계에서 은퇴 후 내조에 힘썼다. 연예계 복귀는 이혼 후에 이뤄졌다. 하지만 재벌가 사위가 된 남자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은 물론 처가의 회사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을 안는다. 성공한다면 '열 아들보다 사위 한 명이 낫다'는 말을 듣게 되지만 부담감은 엄청나다고 한다. 일을 잘해도 가정을 잘 꾸리지 못해 파국을 맞으면 남는 것도 없다. 재벌가로 장가가면서 신분이 수직 상승한 '남데렐라(남자 신데렐라)'들의 결혼 이후 삶은 어떤지 살펴봤다.
◆ 파경으로 '재벌사위' 끈 떨어지면 경영퇴진 밟는다
'남데렐라'의 대표적인 인물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으로 꼽혔다.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이다.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만남부터 이혼 과정까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반대로 힘든 연애를 했지만 1999년 결혼에 성공했다.
이듬해 2000년 이부진 사장의 동생 이서현 사장이 김재열 사장과 결혼하면서 임우재 전 고문은 심적으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임우재 전 고문은 인터뷰를 통해 체계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은 김재열 사장과의 비교가 부담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재열 사장이 2011년 제일모직 사장에 임명됐을 때 임우재 전 고문은 승진에서 두 차례 누락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 두 사람의 불화설이 나돌기 시작했으며 결국 2014년 이혼조정신청에 들어갔다. 임우재 전 고문은 2015년 12월 인사를 통해 상임고문에서 물러나게 됐고, 2016년 12월 계약 만료로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은 이부진 사장이 임우재 전 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두 사람이 이혼하되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86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이부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임우재 전 고문은 8월 초 항소, 2심 판결을 받는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정몽구 회장의 사위가 됐지만 이혼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신성재 전 사장은 1995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당시 수출부에서 근무하던 정몽구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와 만나 1997년 결혼했다.
신성재 전 사장은 현대하이스코 전신인 현대강관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전무, 부사장을 거치며 2005년 사장이 됐다. 신성재 전 사장이 임원이 된 2001년 1조4300억 원이던 매출은 그가 경영을 맡은 동안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2013년 4조4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성재 전 사장은 2014년 정윤이 전무와 이혼하면서 사장 자리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현대하이스코 주식도 전부 매도하며 현대가와 인연을 정리했다. 신성재 전 사장은 삼형제의 양육권도 정윤이 전무에게 넘겨줬고 재산분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신성재 전 사장은 아버지 신용인 회장이 세운 자동차 부품회사 삼우로 자리를 옮겼다. 삼우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신성재 전 사장의 이혼 후에도 거래가 유지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한 정태영(오른쪽)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 외에도 현대커머셜, 현대캐피탈 등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삼성그룹의 스포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더팩트 DB |
◆ 삼성·현대차·SK 사위 이혼 후 회사 떠났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2000년 결혼했다. 김재열 사장은 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를 설립한 고 김성수의 증손자이자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김재열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MBA를 전공했으며 이서현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학교 동창이다.
김재열 사장은 2002년 제일기획에 입사하자마자 경영기획실 기획담당 상무보 자리를 맡았다. 입사 10년도 안 된 2011년 제일모직 사장이 됐다. 그는 제일모직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과 전자재료사업 부문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현재 삼성그룹의 스포츠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제일기획 주식은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가 사위 중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종로학원을 세운 정경진 원장의 아들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결혼 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한 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본부를 거치는 등 계열사를 넘나들며 역량을 쌓았다. 그러다 2003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 능력을 펼쳐보였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부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두 회사는 영업적자 8300억 원에 달하며 부진에 빠져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M' 출시를 비롯해 카드에 알파벳과 숫자, 색을 입혔고 슈퍼콘서트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렸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업계 2위로 도약시키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실적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KB국민카드 등과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점유율이 두 회사에 비해 최대 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5위 우리카드와 격차도 2%포인트로 줄어든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6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감소했다. 이는 현대기아자동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SK가에서도 사위가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거나 이혼으로 회사를 떠난 인물이 있다. 박장석 SKC 상근고문은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SK 전신인 선경에 입사해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딸 최혜원 씨와 결혼했다.
박장석 고문은 소재 전문기업인 SKC에서 전략기획, 정보통신사업, 관리총괄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2004년 사장에 올랐다. 그는 비디오테이프 등 사양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산업용 광학필름 등 핵심 산업에 집중해 SKC를 업계 대표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장석 고문은 2013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최신원 SK네트워스 회장과 함께 SKC를 이끌었다. 사실상 회사의 2인자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 박장석 고문은 SKC의 주식 6만4000여 주를 보유 중이며 아내 최혜원 씨는 SK 계열사 보유 지분은 없다.
김준일 전 SK C&C 전무는 고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결혼했지만 이혼했다.
김준일 전 전무는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SK텔레콤 전신 대한텔레콤에 입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최태원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 김준일 전 전무는 대한텔레콤 상무이사를 거쳐 SK C&C 기획관리부문장 전무에 올랐다. 그러다 2005년 최기원 이사장과 이혼하면서 회사를 떠났고 보유하고 있던 지분 21%도 최 이사장에게 넘겼다.
반면 LG가는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거의 없는 상태다. LG가는 전통적으로 딸들을 경영에서 배제해 왔고 이에 따라 사위들도 LG그룹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해외 정보기술 기업 등을 상대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경영 실패로 회사를 망친 반면 담철곤(오른쪽) 오리온홀딩스 회장은 오리온을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키웠다. /더팩트 DB |
◆ 동양家 사위 현재현·담철곤 희비 교차
동양그룹은 사위가 총수 자리에 올라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 이양구 창업주가 1989년 별세하면서 금융과 제조는 장녀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의 남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물려받았다. 제과 부문은 이양구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의 남편 담철곤 오리온홀딩스 회장에게로 돌아갔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1991년 내부의 반대에도 중국 시장에 진출,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2007년 1414억 원이었던 중국 매출을 2012년 1조 원을 돌파하며 성공 신화를 썼다.
오리온은 지난해 총 2조386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제과산업 전문지 '캔디 인더스트리'가 발표하는 '제과업계 글로벌 탑 100'에서 14위를 차지했다. 국내 제과 업체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오리온은 중국 사업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타격을 입고 있다. 담철곤 회장은 중국 사업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시장에 혁신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반면 현재현 전 회장은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를 망친 사위로 꼽힌다. 현재현 전 회장은 2013년 '동양 사태'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동양사태는 동양그룹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수조 원대 부실 회사채를 발행해 4만여 명의 피해자를 낳았고 피해액은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동양그룹은 2014년 해체됐으며 현재현 전 회장은 사기성 회사채 판매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혜경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 애경 안용찬·크라운해태 신정훈 경영능력 '눈길'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과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도 재계에서 유명한 사위 CEO들이다. 신정훈 대표는 윤영달 회장의 딸 윤자원 씨와 결혼 후 해태제과를 이끌고 있다. 그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베인앤컴퍼니 재직 때 크라운과 해태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하게 됐다.
신정훈 대표는 2008년 해태제과의 '멜라민 검출 파동' 논란을 적절하게 수습하면서 CEO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또 한때 없어서 못산다는 '허니버터칩'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의 달콤한 감자칩 허니버터칩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고 마트와 편의점에서 매진되기 일쑤였다.
신정훈 대표는 지난해 허니버터칩 열풍을 발판삼아 수차례 실패했던 해태제과 상장을 성공시켰다. 공모주 청약에만 2조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64.9:1을 기록했다.
안용찬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딸인 채은정 씨와 결혼한 뒤 그룹의 생활항공부문의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안용찬 부회장은 1995년 애경산업 사장에 취임한 이후 매년 평균 매출 10%씩 성장시키며 경영 10년 만에 202% 성장 기록을 쓰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이후 안용찬 부회장은 저비용항공 사업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는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한 뒤 직접 경영을 맡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제주항공 설립 초기에는 누적적자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제주항공은 2015년 저비용항공사로는 최초로 증시에 입성하는 쾌거도 일궈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재벌가 사위 조건으로 '경영 능력'을 우선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재벌가에서는 사위에게도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유학파나 MBA 전공자들을 선호한다. 집안 수준과 함께 유학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통 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