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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편의점 '비닐봉지' 딜레마 "20원이 고객을 바꾼다"
입력: 2017.09.29 05:00 / 수정: 2017.09.29 07:08

서울시가 최근 일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 업체들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발로 그동안 사실상 무상 제공해 온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옥희 기자
서울시가 최근 일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 업체들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발로 그동안 사실상 무상 제공해 온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옥희 기자

[더팩트│을지로=안옥희 기자] "비닐봉지 20원을 받자니 손님 떨어질까 겁나고 안 받자니 과태료가 걱정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28일 서울 중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정 모 씨는 비닐봉지 유상 판매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 씨는 "원래 유상 판매가 원칙인데 손님들이 20원 내길 꺼려서 그동안 받았다 안 받았다 했었다"며 "이제부터는 정부가 단속한다고 하니까 확실히 돈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비닐봉지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손님이 많아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 업주들도 비닐봉지를 공짜로 주는 여부가 딜레마라고 고개를 연신 저었다. "그냥 줘도 걱정, 안 줘도 걱정입니다."

한 업주는 "비닐 봉투 20원 때문에 살인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면서 "손님 떨어지는 것도 무섭지만 자칫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실제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에서 50대 남성이 비닐 봉투값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편의점 종업원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줬다.

이 같이 편의점 업주들은 공짜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비닐 봉투 20원 받는 게 쉽지는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서울시의 달라진 태도에 곤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무료 비닐봉지 제공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주는 업소에는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일회용 봉지의 무상 제공이 금지된 대규모 점포와 도소매업장(33㎡ 초과)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1회용 비닐봉지 무상 제공 금지는 지난 2003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나 실제 대다수 편의점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유명무실'한 정책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부 가맹점들은 소비자들에게 비닐봉지 20원 유상 판매 정책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옥희 기자
일부 가맹점들은 소비자들에게 비닐봉지 20원 유상 판매 정책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옥희 기자

일부 편의점은 계산대에 '비닐봉지 무상 제공시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되므로 부득이하게 20원에 유상 판매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하지만 그동안 소비자 반발 우려로 관행처럼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던 편의점들은 20원에 단골손님마저 끊기면 어쩌나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내 편의점 점주나 아르바이트 근로들은 모두 서울시의 규제 강화와 본사의 무상제공 금지 권고에 따라 본격적으로 비닐봉지 유상 판매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점주는 "정부 시책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유상 판매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심해 현실적으로는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A 편의점 가맹점주는 "비닐봉지값 20원에 제일 민감한 건 점주들이 아니라 소비자들"이라며 "계산할 때 봉투값 20원을 이야기하면 화를 내거나 안사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방침을 따르려고 해도 20원에 당장 옆 경쟁사 매장으로 손님을 빼앗기게 될 처지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무상 제공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B 편의점 가맹점주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라도 어떤 매장은 받고 어느 매장은 안 받는데 손님들은 당연히 안 받는 매장으로 간다. 단골손님을 잃을까봐 결국은 유상 판매를 포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비닐봉지값 20원이 환경부담금이라는 정책 홍보를 통한 소비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업계는 각 가맹점에 과태료 등 관련 내용을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가맹점주들은 비닐봉지값 20원이 환경부담금이라는 정책 홍보를 통한 소비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편의점 업계는 각 가맹점에 과태료 등 관련 내용을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편의점 비닐봉지는 각 점주가 본사에 소모품으로 발주해 구입하고 있다. 비닐봉지값 20원은 환경부담금이라 사실상 점주 수익과 관계없지만, 본사 정책상 점주 사비로 구입하게 돼 있다. 점주들은 차라리 비닐봉지를 지금처럼 소모품이 아닌 편의점 의무 판매 제품으로 만들어서 매장에서 당당하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 단속 강화에 앞서 소비자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세븐일레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손님들이 비닐봉지값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단속만 하지 말고 '비닐봉지값 20원은 환경부담금'이라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각 가맹점에 과태료 등 관련 내용을 안내해 위반 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CU편의점 관계자는 "각 가맹점에 정부 시책에 대한 안내도 중요하지만, 가맹점들이 소비자들에게 유상 판매 취지를 잘 설명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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