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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섣부른 생리대 유해성 공론화', 소비자 '공포'만 키웠다
입력: 2017.09.26 11:57 / 수정: 2017.09.26 15:13

생리대 유해성분 검출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섣부른 발표와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만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한 마트에서 진행된 릴리안 생리대 환불 관련 안내문. /황원영 기자
생리대 유해성분 검출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섣부른 발표와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만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한 마트에서 진행된 릴리안 생리대 환불 관련 안내문. /황원영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유해성분 분석만 했고 위해 평가는 하지 않았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다."

생리대 유해물질 실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유해성분을 분석했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여성시민단체와 김 교수의 생리대 유해성분 검출 발표 이후 촉발된 논란은 정확한 인체 유해 여부를 알 수 없음에도 소비자 공포만 확산되는 양상이다.

25일 현재 지속되고 있는 논란은 김 교수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실험' 결과, 국내 시판되는 일회용 생리대 10종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되면서부터다. TVOC는 검출된 모든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더한 개념이다. 여성시민단체 측은 유해성분이 검출된 생리대 제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릴리안 제품을 발언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김만구 교수는 생리대 방충물질 검출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유해성분 분석만 했고 유해 평가는 하지 않았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원영 기자
김만구 교수는 생리대 방충물질 검출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유해성분 분석만 했고 유해 평가는 하지 않았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원영 기자

김 교수가 릴리안을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구를 의뢰한 여성환경연대의 입장은 공개 불가였다. "시간과 비용 문제로 일부 제품만 선정했고 시험에서 나타난 유해물질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브랜드를 밝혀도 리콜 등 보상이 되지 않는 데다 검출 시험의 목표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생리대 유해물질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제도 마련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생리대 제품명이 공개된 이후 모든 제품의 유해성분 검출 결과가 공개됐고, 이때부터 '케모포비아(화학을 의미하는 'Chemical', 혐오를 의미하는 'Fobia'가 합쳐진 단어로 생활용품 속의 화학물질이 신체에 유해한 경우가 점점 늘어나자, 생활화학제품을 꺼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현상으로 확산했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정부를 향해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상세한 시험 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터져버린 논란은 여전히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논란 불식을 위해 생리대 유해성분과 관련해 조사 중에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의 양은 밀리그램(mg)의 백만 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그램(ng) 수준이었고, VOC총량(TVOC)는 마이크로그램(ug) 수준이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를 ppb(미량 함유 물질 농도 단위의 하나, ppm보다 더 작은 농도의 표시에 사용되며 10억 분율)로 환산해보면 TVOC는 최저 2ppb에서 최대 341ppb까지 나타났다. 서울시의 2015년 1월 대기질 현황(강서, 광진, 구로, 종로, 북한산)과 비교해보면 VOC는 20.1ppb에서 38.5ppb였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항목을 세분화해서 보면 벤젠은 모두 불검출했다. 반면, 서울시 대기질 현황에선 북한산에서 0.7ppb, 구로 0.6ppb, 강서 0.8ppb, 광진 1.0ppb 등이 검출됐다. 톨루엔의 경우를 비교하면 생리대는 팬티라이더 제품에서 최대 0.71ppb였고, 천 생리대에서 최대 34ppb가 검출했다. 서울시 대기질 검사에서도 톨루엔은 북한산 1.6ppb, 강서 3.0ppb, 광진 3.5ppb, 구로 3.3ppb 농도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만을 보면 생리대에서 검출된 유해성분이나 우리가 대기질에서 흡수하는 유해성분이나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사회가 겪고 있는 화학물질 제품에 관한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도 가능할 수 있다.

생리대에서 검출된 톨루엔 등은 서울시가 조사한 대기질 상황과 비교해 대동소이한 정도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15일까지 30일 동안 서울 종로구 북악산로 267 북악팔각정에서 오후 2시쯤 같은 앵글로 미세먼지의 변화를 기록한 모습. /배정한 기자
생리대에서 검출된 톨루엔 등은 서울시가 조사한 대기질 상황과 비교해 대동소이한 정도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15일까지 30일 동안 서울 종로구 북악산로 267 북악팔각정에서 오후 2시쯤 같은 앵글로 미세먼지의 변화를 기록한 모습. /배정한 기자

그럼에도 이 정도의 양이 여성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 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검출된 물질의 양이 아무리 적다 해도 조건에 따라 그 영향이 클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상대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연단:문화의 안과 밖' 에세이 시리즈에서 생리대 문제와 관련해 "화학물질의 독성은 양에 비례한다"며 "수백 종이 넘는 VOC가 테트로도톡신(복어 독)이나 김정남의 살해에 사용됐다는 VX 수준의 맹독성 물질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험을 통해 정체를 확인한 성분의 양은 VOC 총량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체도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성분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생리대 방수막 외부에 칠해진 접착제에서 방출된 VOC가 사용자의 피부를 통해 흡수돼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확실한 근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리대 유해성분 문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괜찮다' '나쁘다' 등으로 단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시간을 두고 연구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안전'은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데 이견을 달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생리대 파문으로 인한 현재 상황을 볼 때 소비자들만 불안감에 떨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전문가는 생리대 문제와 관련한 객관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발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안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떨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불안감에 떨기보다는 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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