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간주하고 5378명을 모두 직접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간주하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관련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소비자들까지 나서 ‘불법파견’ 논란에 대한 팽팽한 찬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간주하고 5378명을 모두 직접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파리바게뜨는 11개 협력업체와 협정을 맺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를 교육, 훈련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고 이들 제빵기사를 공급한다. 형태상으로는 가맹점과 협력업체간 도급 계약이다.
그러나 고용부에 따르면 본사인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의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대해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협력업체에 공유하고,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들이 제빵기사에 업무 지시를 해왔다. 도급법상 원청사업자는 도급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등 ‘근로감독’을 할 수 없다. 근로감독을 한다면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이들 제빵기사가 실질적으로는 가맹점 본사인 파리바게뜨의 직원이라며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이를 시작으로 산업계와 더불어 정치권에도 그간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용역 문제 논란이 확산됐다. 도급과 파견 근로의 경계선이 모호한 가운데 파리바게뜨가 불을 지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유사한 사례가 또 있을 것으로 보고, 고용노동부는 변칙 고용형태를 바로잡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역시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기사 노동권 침해 사례는 균열된 일터에서 나타난 고용 책임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문제점들을 명확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라는 이름 속에 은폐된 노동기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선제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본사인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의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대해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협력업체에 공유하고,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들이 제빵기사에 업무 지시를 해왔다. /황원영 기자 |
반면, 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왜곡하고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할 수 있는 조치”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역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자영업자를 몰살시키려고 작정했냐”며 “파리바게뜨와 같은 제빵사업은 퇴직자와 서민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제빵기사를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면 그 부담은 온전히 제과점인 대리점주의 비용으로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고용부는 비정규직 제로라는 현실성 없는 정책에 매몰돼 교각살우를 범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산업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고용부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총은 “제빵사는 가맹점에서 가맹점주 지시대로 일하는데 이러한 상식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에 불과한 파리바게뜨 본사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상법과 가맹사업법으로 엄연히 인정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민주노총은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고용 구조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일반적 형태”라며 “프랜차이즈 업계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당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불법 파견과 임금 체불은 근절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월급과 출결관리, 업무지시 모두 파리바게뜨가 하는 것이라면 상식적으로 고용관계(huny****)”, “파견이란 방법을 써서 인건비는 줄이고, 본사는 이익을 챙겨왔다는 거잖아. 결국 주범은 본사, 종범은 대리점, 피해자는 제빵기사(zxes****)”, “용역이 본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다면 용역업체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qkfk****)”, “자사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 자기네 직원으로 뽑는 게 그리 아니꼬운 일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제빵 업계인데. 빵 만드는 회사가 제빵기사를 뽑는 일이 뭐가 그리 아까운가(dino****)”,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야. 빵도 제조 아니냐?(kdss****)” 등 대부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용역 등 노동구조에 비판의 목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pocg****는 “노동부가 큰일 한번 했네요. 지금 불합리한 노동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고 했으며 khk1****도 “이번 기회에 아웃소싱이 없어져야 노동 근로환경 개선됩니다”고 밝혔다. 또한 bing****는 “합리성의 문제다. 아웃소싱 없어지면 사용자 측이나 근로자 측이나 서로 좋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스마트폰 앱도 있어 직장 구하기, 면접 보러 찾아가기도 쉽다. 파견제는 프랑스처럼 폐지되길 바란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을 두고 관련 업계는 정치권과 소비자들까지 나서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제빵기사가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
이어 “가장 큰 문제는 협력업체가 중도 수수료율의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죠. 파견법상 생산직 근로자 파견 수수료율은 9~12%입니다. 급여 50%를 관리 및 교육비 명목으로 협력업체가 챙겨간다는 게 사실이라면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죠(june****)”, “아웃소싱업체는 전부 저런 식이다. 인력만 파견했다 뿐이지 비정규직은 전부 본사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바뀌어야 한다(husk****)”, “열심히 일하는 제빵기사들이 많이 벌어야지. 앉아서 돈 벌려는 하청업체(ydj9****)”, “새로운 법을 만들던지 파견업체 및 아웃소싱 업체들은 근로자 월급에 5%이상 가져가지 못하도록 해라(poka****)” 등 협력업체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촉구도 일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반박하는 의견을 냈다. y21u****는 “만약 기업에 직접 고용되면 우리나라 하청기업들 모두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했으며 wkad****는 “자유시장경제체제가 뭐냐. 말 그대로 정부가 민간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불법이 있을 시에는 지도 단속만 하라. 왜 정부가 민간시장에 개입해서 시장을 혼란하게 만드는지. 이럴 바엔 차라리 모든 민간기업들 다 국유화해서 사회주의체제처럼 정부가 직접고용하고 월급 주던가”라고 비판했다.
“뭘 고민하나? 소송해라. 승소 확률 100%다. 자유시장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kmk8****)”, “전 세계에서 제빵기사 5000명 직접 고용하는 프랜차이즈가 있나(math****)”, “정치가 언제부터 기업에 대해 알았다고. 왜 자꾸 이렇게 기업 키워주기는 못하나(chaa****)” 등의 의견도 있었다.
또한 hans****는 “프랜차이즈 특성을 전혀 모르는군. 본사는 기술전수, 교육 등을 위해 관리를 해야 하고 실제 근무는 가맹점에서 가맹점주와 일을 한다. 이걸 본사가 정직원으로 채용해 가맹점주에게 넘긴다면 가맹점주는 자신의 채용 의지와 상관 없이 조정이 불가하다. 급여는 가맹점주가 부담하게 되는데 전혀 권한 없는 직원인 상전을 모시고 사업하는 거지. 같이 일하는 가맹점주에게 선택권을 줘야 말이 되지”라며 고용부 의견에 반대했다.
고용부는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자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용부는 24일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 대해 가맹사업법상 교육·훈련 등의 범위를 넘어 노무 전반에 관한 지휘·명령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파견’이라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에 파리바게뜨 본사 측은 제빵기사 직접 고용은 불가능한 처사라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제빵기사는 가맹점에 근무하면서 가맹점주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고 있어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는 가맹점주라고 할 수 있다”며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제빵기사의 소통은 가맹사업법 5조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에 준하는 것이므로 허용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