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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의 소비자시대] '휴면보험금 7.6조원', 은행계좌로 돌려주자!
입력: 2017.09.15 05:00 / 수정: 2017.09.18 12:49
보험사에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휴면보험금이 947만 건으로 7조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보험사에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휴면보험금'이 947만 건으로 7조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보험사의 얄미운 '자승자박', 소비자편익 위해 보험금 자동지급 허용 필요

요즘 대부분 소비자는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손안에서 편리하게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보험사에 몇 푼 안 되는 입원비라도 청구하려면 반드시 점포를 방문해야 한다. 물론 소액인 경우 인터넷 신청도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귀찮아서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거나 깜박하고 잊어버려 찾지 못한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보험사에 주인이 찾아가지 않고 그대로 잠자는 ‘휴면보험금’은 9월 현재 무려 947만 건으로 7조6000억 원이 넘는다. 보험사의 휴면보험금 중 중도급부금이 약 5조1000만 원(283만 건)으로 67.1%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효 후 해약환급금이 발생했으나,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보험금은 약 1조3000억 원(640만 건)으로 17.1%를 차지한다. 만기보험금(만기도래 후 소멸시효 완성 전 24만 건)도 약 1조2000만 원(15.8%)에 달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급부금' 또한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는다. 중도급부금은 보험사고 발생 없이 약관에 정한 해당 일이 되면 자동으로 발생되는 급부금으로 축하금·자녀교육자금·건강진단자금·효도자금·장해연금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보험금은 소비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험사에 알려야만 하는 ‘보험금 청구’를 해야 하지만, 급부금은 이와 달리 약관상 정해진 날 ‘자동적’으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보험금 청구를 신청해야만 지급된다. 웬만하면 돈을 내주지 않으려는 보험사의 잘못된 오랜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이것이 보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7%대 이상 고금리 시절 이 급부금을 소비자가 청구해야만 받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그럴 경우 예정이율에 1%를 더해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금을 묶어두고 투자해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창구를 방문해 직접 청구하도록 어렵게 만들어놨다. 그렇게 해서 보험사들이 짭짤하게 재미를 많이 봤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보험계약자가 찾아 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보험계약자가 찾아 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배정한 기자

그러나 최근 1%대로 시중금리가 급락하자 상황이 뒤바뀌어 버렸다. 소비자들이 일부러 급부금을 찾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7~8%의 이자가 붙는데, 요즘 세상에 그만한 '돈놀이'가 없다. 보험사들은 고이율로 이자를 불려주게 됐고,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험사는 꾀를 내 상관도 없는 상법 개정 운운하며, 해당 계약자에게 ‘상법이 바뀌어 이자에도 소멸시효가 적용되니 찾아가라’는 안내문을 일제히 보냈다. 내막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상당수 찾아갔지만 아직도 남은 금액은 5조 원이 넘는다.

보험사들은 이자에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소비자단체의 반발을 사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소멸시효 적용을 포기했다. 보험사가 무릎을 꿇고 약관대로 이자를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는 꼼짝없이 고이율의 이자를 불려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과거 손쉽게 지급하지 못하도록 보험금과 똑같이 소비자가 청구해야만 지급하도록 한 꼼수가 스스로를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총대를 메고, ‘숨은 보험금을 찾아주자’는 명분을 내걸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모르는 숨은 보험금을 찾아 주자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환호하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뒤에는 이러한 의도가 ‘숨어’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손안에서 모바일뱅킹을 할 수 있고, 환전까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보험사는 발생된 급부금을 소비자 신청이 없으면 지급하지 못하고 높은 이자를 붙여주고 있다. 자업자득의 상황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자가 찾아갈 때만 기다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기간 중 해당 일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중도급부금은 소비자 신청이 없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동으로 지급해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바꿔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료는 은행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인출해 가면서 보험금은 창구에 와서 신청해야만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실효 후 해약환급금이나 만기보험금도 계약자 은행계좌로 바로 보내주면 된다. 그러면 7조6000억 원 대부분을 주인을 찾아 돌려줄 수가 있다. 결국 보험사와 소비자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보험사로서도 그동안 일부러 안 준다는 오해를 털어낼 좋은 기회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재예치한 예치보험금마저 마구잡이로 송금해버리면 안 된다. 이는 엄연히 약관과 안내장에 따라 재예치시켜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짜 놓은 것은 얄밉고 괘씸한 일이다. 더구나 고이율 상품의 예치보험금 이자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허위 정보’로 계약자를 속인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하지만 보험만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 소비자편익 증대를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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