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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귀족노조' 민감 현대차 노조, 싸늘한 시선에 불만 왜?
입력: 2017.08.23 04:00 / 수정: 2017.08.23 04:00

임금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부분파업에 돌입한 현대·기아차 노조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옥 앞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대회를 열고 사측에 사회적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임금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부분파업에 돌입한 현대·기아차 노조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옥 앞에서 대규모 상경 투쟁대회를 열고 사측에 사회적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양재동=이성로 기자] 최고 기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조는 회사측과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쳤다. 현대차의 지속되는 경영실적 하락에도 6년 연속, 올해에만 5번째 파업을 벌여 일각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우린 '귀족노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조의 집회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2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재벌 노무적폐 청산 2017년 그룹사 공동요구 쟁취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 노동자 총집결 투쟁대회'가 열렸다. 약 5000여 명의 현대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소송, 불법파견, 경영권탈법승계,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에 대한 재벌개혁과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 간의 사회적 교섭을 촉구하는 것과 더불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한목소리를 냈다.

대규모 파업투쟁이 열리는만큼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만만치 않은 경찰 병력도 투입됐다. 낮 12시부터 현대차그룹 본사 주차장엔 경찰 병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30여 명을 태운 버스 총 24대가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항의시위에만 모인 경찰 병력만 해도 무려 720여 명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노조와 경찰 병력까지 약 6000여 명이 운집한 양재대로는 대규모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대형 스크린, 무대가 설치된 곳에서 5000여 명의 노조 모두 한목소리로 결속하는 모습은 유명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팬들을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약 5000명의 현대·기아차 노조가 운집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720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됐다. /이성로 기자
약 5000명의 현대·기아차 노조가 운집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720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됐다. /이성로 기자

이날 파업투쟁에 참여한 한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일부 '귀족노조'라는 반응에 "회사야 항상 어렵다고만 한다. 상대적으로 이익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적자를 보지도 않았다. 지난해에만 5조(2016년 영업이익 5조1935억 원)가 넘었다. 이것을 두고 누가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겠나. 우리는 합당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다"라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기업은 경영자와 근로자가 상생해야 한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사측은 근로자 입장을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다. 총수 일가들은 주식 배당금으로만 상상하기 힘든 돈을 챙긴다. 근로자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더 많은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차 근로자는 "누굴보고 '귀족노조'라 하는가. 우리는 작게는 현대차 근로자를 크게는 한국 모든 근로자를 대표해 이 자리에 왔다. 우리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회사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총수들은 얼마나 어려운지 궁금하다. 왜 항상 근로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가"라며 '귀족노조'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두 현대차 조합원 모두 '귀족노조'란 단어에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회사 경영 실적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독단적인 모습으로 비추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상당해 보였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조합원 모두가 참석했다. 일부에선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히 임금 인상이 아니다. 재벌개혁과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간의 사회적 교섭을 원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약 5000여명의 현대기아차그룹사 조합원들이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집결 후 현대자동차 본사 앞까지 행진 후 노동자 총집결 투쟁대회를 개최했다. /배정한 기자
약 5000여명의 현대기아차그룹사 조합원들이 양재동 AT센터 앞에서 집결 후 현대자동차 본사 앞까지 행진 후 노동자 총집결 투쟁대회를 개최했다. /배정한 기자

노조 측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7가지다.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 지급, 정년 만 65세 연장, 주간연속 2교대제 8+8시간 완성, 해고자 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이다. 이 밖에도 사회공헌기금 확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일부 조합원 손해배상·가압류·고소·고발 취하,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진행된 23차 임단협 교섭에서 회사 측의 기본급 동결, 3호봉 승급(평균 4만2879원 인상), 성과급 200%+100만 원 지급을 골자로 한 제시안을 거부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부진한 경영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차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2013년(8조3155억 원)에 전년대비 1.4% 하락했고, 2014년(7조5500억 원) 9.2%, 2015년(6조3579억 원) 15.8%, 2016년(5조1935억 원)엔 18.9%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해엔 지독한 내수 침체와 더불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무역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까지 겹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의 파업으로 약 2만4000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4900여억 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노조의 파업이 불편하기만 하다. /더팩트 DB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노조의 파업이 불편하기만 하다. /더팩트 DB

일각에선 2013년부터 이어진 경영 실적 악화에도 1억 원에 가까운 평균연봉(9400만 원)을 받고도 계속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보고 '귀족 노조'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에선 현대·기아차 노조의 계속된 파업을 두고 '배부른 단체 행동'이라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날 대규모 투쟁으로 인해 양재동 일대는 도로가 통제됐는데, 자녀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던 한 40대 주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 주부는 취재진에게 "대기업에서 고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시민들을 불편하게 해야 하냐"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노조의 대규모 항의시위를 바라본 현대차 측은 씁쓸하기만 하다. 한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회사 실적이 좋지 않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자칫 영업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자동차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조 측은 회사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협상의 여지 없이 본인들의 주장만 펼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그는 "회사 측은 임금 인상에 대해 제시안을 내놓았으나 노조에선 곧바로 거부했다. '협상'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향후 협상 일정 역시 미정인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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