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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망연자실 '살충제 달걀' 농장…"무슨 말을 하겠어요"
입력: 2017.08.19 01:05 / 수정: 2017.08.19 01:05
국산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전국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달걀 농장에서 위생관리 관련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해당 달걀을 처분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국산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전국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달걀 농장에서 위생관리 관련 관계자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해당 달걀을 처분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더팩트ㅣ남양주·여주·용인=이철영 기자]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농장의 달걀을 폐기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지역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회색 방역복을 입고 비밀에 싸인 노란 상자에 달걀을 쏟아부었고, 이를 바라보는 농장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18일 오전 남양주시의 □□농장.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곳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전 양주를 거쳐 남양주의 이 농장을 방문했다. 농장 안은 살충제가 검출된 달걀을 폐기하느라 분주했다. 농장 안에서는 폐기되면서 깨진 달걀 비린내와 축사에서 나는 냄새와 약품 냄새가 뒤섞여 비위가 상할 정도였다.

닭들이 있는 축사는 환기를 위해 동서남북으로 뚫린 창이 전부였다. 취재진이 들여다본 축사 안은 과연 이곳에서 달걀이 생산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비위생적으로 보였다.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달걀을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달걀을 폐기하는 공무원들에게 물어물어 농장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농장 주인 A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폐기되는 달걀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진은 살충제 달걀 검출과 폐기 등 현재 상황을 물었지만, A 씨는 고개만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취재진과 A 씨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공무원은 "이분이 얼마나 힘들게 지금 여기까지 왔는데 안타깝다. 딱해 죽겠다"면서 위로했다.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농장 주인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은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18일 살충제 달걀을 폐기하는 모습. /남양주=임세준 기자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농장 주인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은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18일 '살충제 달걀'을 폐기하는 모습. /남양주=임세준 기자

거듭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A 씨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며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 공무원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살충제 검사를 나중에 다시 받아서 불검출이 나오게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누가 여기서 나온 달걀을 사서 먹겠습니까. 이미 다 공개가 돼서 다시는 안 팔릴 가능성이 큰 거 아닙니까. 그러니 농장 주인은 지금 얼마나 속이 답답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농장 주인은 이후에도 몇 번씩 폐기되는 달걀을 보기 위해 나왔다 들어갔다는 반복할 뿐 더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후 남양주시에서 약 40km 떨어진 경기도 여주시로 이동했다.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여수시의 ㅇㅇ농장은 입구부터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이 농장은 규모가 제법 큰 농장이다. 농장 안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이 보였다. 취재진은 신분을 밝히고 살충제 달걀 검출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닫힌 문 뒤에서 "할 말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들어오면 안 됩니다"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후 한 직원이 문을 통해 나왔다. 취재진은 살충제 달걀 검출과 관련해 물었지만, 이 직원은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인상을 구겼다. 그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급히 자리를 떠났다.

농장 앞에는 여러 벌의 방역복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 살충제 달걀 검출 이후 폐기하는 과정에서 입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의 달걀이 검출된 농가의 닭 사육장.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의 달걀이 검출된 농가의 닭 사육장.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농장 대부분은 극도로 예민한 모습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파문으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사태가 진전된 후에도 브랜드가 알려진 터라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취재진은 살충제 달걀이 검출되지 않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방목형 농장도 직접 방문했다. 케이지(가두어 키우는 곳)에서 키우는 환경과 방목해서 키우는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용인시에 있는 이 농장 관계자는 절대 농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살충제 달걀 파문 때문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아니다. 지난해 AI로 엄청나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외부인의 방문을 가능한 자제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전국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가운데 18일 오후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경기도 여주시의 한 달걀 농장은 굳게 문이 닫혔다. /여주=임세준 기자
국산 달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전국 1239개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가운데 18일 오후 '살충제 달걀'이 검출된 경기도 여주시의 한 달걀 농장은 굳게 문이 닫혔다. /여주=임세준 기자

취재진이 살충제 달걀 파문이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묻자 그는 "케이지와 여긴 환경 자체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케이지는 진드기를 해결할 방법이 살충제 외에는 없다. 방목하는 닭은 흙을 비비거나 해서 진드기를 없앤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 중 진짜 모르고 뿌린 곳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날씨가 더운 여름엔 진드기가 더 많다. 진드기를 해결해 주지 못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 닭이 폐사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데 어떤 농장 주인이 그걸 보기만 할까요. 그런 고충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되기도 한다. 날씨가 이제 선선해지면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개(친환경 농가 683개·일반농가 556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총 49개 농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면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이 나와 부적합 판정이 내렸다고 밝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전체 산란계 농장의 약 4% 수준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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