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연일 지속되는 실적 부진과 이달 내 선고가 예고된 통상임금 소송 등 국내 완성차 업계 안팎에서 연일 연일 악재가 잇따르면서 불안안 시장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제조사를 넘어 자동차부품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업계 '맏형' 현대기아자동차의 연일 지속되는 실적 하락과 다시 고개를 든 한국지엠의 철수설, 소송결과만을 남겨두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 이슈에 이르기까지 국내 완성차 시장 안팎에서 연일 악재가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의 불안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차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개사뿐만 아니라 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부품산업계 전반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날(9일) 자동차부품 제조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사회를 열고,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위기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진한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1390대로 지난 93만8837대를 기록한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 보복으로 중국 시장 판매는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물량 역시 지난 2015년 이후 연일 내림새를 보이고 있고, 그간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내수 판매량(78만 5297대)도 지난해 동기 대비 4% 줄어들며 3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제조사별 실적에서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글로벌시장에서 지난해 동기대비 8.2% 줄어든 219만768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국내시장에서도 34만4130대를 판매, 1.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135만6157대를 판매했고, 내수에서도 7.8%의 감소율을 보였다.
최근 산업은행은 대내외 경영여건 지속 악화와 제너럴모터스(GM) 지분 처분제한 해제 임박, GM 유럽 시장 철수,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대표이사) 중도 사임 발표 등을 근거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
양사의 중국 내 판매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중국시장에서 기록한 판매 대수는 모두 43만949대(현대차 30만1277대, 기아차 12만9672대)다. 이는 지난해 80만8359대(현대차 52만2769대, 기아차 28만5590대)보다 무려 47%가량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서 다뤄지는 것보다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중국 내 무역 보복 여파는 훨씬 더 크다. 뚜렷한 대안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도 목표치인 825만 대에 못 미치는 70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지엠의 국내 시장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었다. 최근 산업은행은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자료에서 대내외 경영여건 지속 악화와 제너럴모터스(GM) 지분 처분제한 해제 임박, GM 유럽 시장 철수,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대표이사) 중도 사임 발표 등을 근거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사 측은 "철수 계획은 없다"는 견해지만,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회사 협력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로 예정된 통상임금 1심 소송 역시 부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이들에 대한 대금 지급 의존도가 높은 영세 부품협력업체들의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 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축적한 현금성 자산 부족으로 추가 차입을 고려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제조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9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소송결과에 따른 중소부품업체 노사관계의 변화에 관한 우려도 크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통상임금 1심 소송결과는 상여금 제도를 운영 중인 중소 자동차부품산업계에 심각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여금을 임금제도로 운영하는 다수 중소부품업체들은 노사 간 소송분쟁과 더불어 소송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리스크에 노출될 뿐 아니라 경쟁력 저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등은 '3중고에 휘둘리는 위기의 자동차부품산업계 호소문'에서 "자동차산업은 국가의 경제력과 기술수준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부품 및 소재 산업 등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고용유발 효과도 매우 크다"라며 "정부와 국회, 법원이 우리 자동차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의 사안에 관해 신중한 정책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