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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세상토크] 이재용 부회장 결심공판과 A사장의 위안
입력: 2017.07.21 05:41 / 수정: 2017.07.21 05:4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이 부회장 재판의 1심 결심공판이 열린다. /남윤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이 부회장 재판의 1심 결심공판이 열린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재판부가 변호인의 변론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습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법원의 판단을 담담하게 기다리게 됩니다." 며칠 전 만난 삼성그룹 A사장은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결심공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에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평온합니다"고 스스럼없이 전했습니다.

그룹 실질적 최고 경영자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위로를 받고 평온하다'니,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당사자인 삼성 측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A사장은 특검의 주장과 함께 삼성 측 변론도 재판부와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전달되는 작금의 사실 자체가 큰 위로와 위안을 주고 있다고 누차 말했습니다. 판사가 변론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찌 보면 당연히 정상적인 이 법정 풍경이 그에게는 적지 않은 위로가 됐고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재판부에 대한 신뢰감도 갖게 했다고 속내를 살짝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국정 농단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국민적 분노를 자아낼 때, 정경유착 의혹의 한 복판에 놓인 삼성은 사실 그들의 입장을 국민들 앞에 내놓을 처지가 못됐습니다. 특검 활동기간중에는 최소한의 방어적 해명을 대외적으로 하는 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었다는 게 재계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고 나니 반론과 변론을 통해 죄의 유무와 경중 등을 따질 수 있어 재판 전보다 마음이 편해졌다고 A사장은 고백아닌 고백을 한 것입니다.

A사장의 이같은 고백(?)은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 재판이 1심 선고이후 항소와 상고를 거치는 긴 여정이 될 것임을 읽게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아마 특검이나 삼성측도 이미 마음준비를 하고 있을 듯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재판일인 지난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박영수 특검(왼쪽)과 윤석열 특검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재판일인 지난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박영수 특검(왼쪽)과 윤석열 특검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특검은 이 부회장 재판이 '세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혐의 입증에 그동안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사흘 뒤인 3월 3일 "앞으로 전개될 삼성 관련 재판이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갖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며 재판의 중차대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때만 해도 특검의 주장처럼 '차고 넘치는' 증거앞에서 이 부회장이 고개를 숙일 것으로 상당수 국민들은 내다 봤습니다.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글로벌 그룹 삼성의 오너 경영자간의 탈법적 유착 의혹 관계를 따지는 전무후무한 재판이기에 특검은 특검대로, 삼성은 삼성대로 진실 공방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시작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재판은 지난 18일까지 모두 42번의 공판기일을 거쳤습니디.

그런데 특검은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지금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원 안팎의 진단입니다. 일각에서는 "증거는 없고 '정황만 차고 넘친다'"며 여론재판의 우려감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핵심쟁점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도 진보계열 학자와 우파 학자간 증언이 상반되는 등 특검의 공소 사실이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만 차용한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 나서는 모습.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두번이나 증인 출석을 거부해 그 저의를 두고 주변의 해석이 분분하다.  결국은 자기 방어를 위해 증인츨석을 거부한 것으로 보여진다. / 이효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 나서는 모습.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두번이나 증인 출석을 거부해 그 저의를 두고 주변의 해석이 분분하다. 결국은 자기 방어를 위해 증인츨석을 거부한 것으로 보여진다. / 이효균 기자

논리학에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fallacy of straw man)'가 있습니다. '허수아비 논증'은 자신이 공격해야 할 상대방을 자의적으로 단순화하거나 왜곡해서 허수아비를 만든 다음에 그 것을 공격해 무너뜨리는 방식의 논증입니다. 하지만 이 논증은 전제 자체가 공격자의 자의성과 왜곡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논리적 오류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경우입니다. "B집단 소속원은 모두 패권주의자다. 패권주의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그래서 B집단은 비민주주의자 패거리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에 빠져든 것 입니다. B집단을 무조건 일방적으로 '패권주의자'라고 전제하고서 매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 재판과 연계하면 이런 오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회장은 경영승계를 위해 청탁성 뇌물을 박 전 대통령에게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국민연금에 지시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뇌물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강압과 강요에 못이겨 K ·미르 재단에 출연했다.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강압에 의한 출연은 뇌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 특검과 삼성중 과연 누가 허수아비 논증을 앞세우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어느 쪽 주장이 허수아비 논증이 아닌지는 1차적으로 다음달 중하순께 가려질 예정입니다.

다음달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혐의 재판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됩니다. 결심공판에는 특검이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 의견을 내놓고, 변호인과 피고인들은 최후 변론과 진술을 합니다. 8월 셋째 주 정도로 예상되는 재판부의 1심 선고를 앞둔 마지막 공방이기에 특검과 변호인단이 각각의 논리를 맹렬히 쏟아낼 것입니다. 이 부회장도 만인이 평등한 법 앞의 1인으로 최후진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헌법과 법률이 위임한 권한의 범위내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방법의 한계내에서 '진실을 찾는' 재판이 되는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입니다. 법치주의에서 일탈하는 권력은, 그게 정치권력이든지 자본권력이든지 정당성을 상실합니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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