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0번째 재판이 17일 열린 가운데 지난 2015년 구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에서 공시 업무를 담당했던 김시진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 당시 의도적으로 대규모 공사 수주 공시를 지연했다는 의혹에 관해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구 삼성물산 실적 조작 의혹의 실마리가 풀렸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 부회장의 40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15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하 양사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에서 공시 업무를 담당했던 김시진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양사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에서 회사 주주들에게 불리하고,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수주 실적 공시를 지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양사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을 42.2%, 삼성물산 지분을 1.4% 갖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가를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회사 실적이 과소평가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사 합병안 통과 열흘 후인 같은해 7월 28일 공사대금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기재된 계약 기간은 지난 2015년 5월 13일부터 오는 2018년 6월 23일까지다. 특검은 실제 계약일과 공시 시점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7월 28일 공사대금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했다. /전자공시시스템 |
유가증권 시장 공시 규정 제7조 1항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같은 대규모 법인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2.5% 이상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다음 날까지 공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카타르 공사 건은 수주액이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때문에 특검은 구 삼성물산에서 계약 체결 시작일인 2015년 5월 13일에 수주 공시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인의 설명은 달랐다. 김 과장은 "건설 및 공사 수주 관련 공시는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명시하게 돼 있다"라며 "카타르 공사 수주 공시 문건을 작성할 때 계약 기간 항목은 낙찰통지서(LOA) 내용을 토대로 통지한 것으로 공사기일이 제안착수서 발급일로 돼 있어 그대로 적시한 것이다. 당시 공시에도 '향후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확정 내용을 공시하겠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했고, 실제 2016년 1월 본 계약 체결 사실에 대해 공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안착수서는 본 계약 전체가 아닌 공사 일부에 대한 계약으로 공사 기간과 금액 모든 부분에서 본 공사 계약과는 구분되는 것"이라며 "대형 공사 수주 계약 체결에 관한 사항은 해당 기업에 호재성 공시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정보를 제공했다가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제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제안착수서는 발주자가 상황에 따라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안착수서에 명시된 계약금액이 매출액의 2.5%가 넘는다 하더라도 별도 공시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구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불리하도록 주가를 고의로 낮게 유지한 반면, 제일모직에는 유리한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라면서 "그러나 이날 증인 진술에서 분명히 드러났듯이, 구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공시를 지연한 적이 없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