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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김상조 "00에게 들었다"…'근거 실종' 안종범·정유라 '데자뷔'
입력: 2017.07.15 21:10 / 수정: 2017.07.15 21:1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후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특검 측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던 증인들의 입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더팩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후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특검 측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던 증인들의 입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어머니(최순실)로부터 들었고, 삼성 관계자를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정유라)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들은 얘기를 수첩에 적은 것으로 실제 독대 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릅니다."(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이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지금까지 무려 42회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40여 명의 증인이 출석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재판 흐름을 바꿔놓을 '핵심 증인'으로 불리며 신문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됐다.

14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39회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난해 치러진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48기)와 재벌총수 국회청문회 당시 삼성을 향한 날선 비난을 쏟아낸 바 있는 김 위원장의 이력만으로도 일각에서는 그의 진술이 상대적으로 특검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신문과정에서 지난 2015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계열사 간 시너지에 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은 물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의 당위성을 전면으로 부정하며 변호인단과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반면, 특검은 첫 공판 이후 처음으로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오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증인에 대한 '예우'에 공을 들였다.

14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39회차 재판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문병희 기자
14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39회차 재판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문병희 기자

그의 진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고, 이를 위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실차장급이 계열사 합병,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전실 실무자들이 이 부회장에게 왜곡된 정보를 보고하고, 편법으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김 위원장의 논리다.

'미전실이 일련의 모든 승계 작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름 아닌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과 대화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소유지배구조와 연관된 대부분의 이야기는 김 전 사장으로부터 들었다"라며 "김 전 사장은 각 계열사 이사회 전에 주요 현안, 이슈 등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거는 정작 이 부회장의 공소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고, 신빙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의 진술에는 추측과 단정만 있을 뿐, 증인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다"라며 "증인은 특검에 '경영권 승계 프레임'을 제공한 장본인으로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은 김 전 사장과 대화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공소사실과 무관한 것들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면서 김 전 사장이 언급한 내용만을 토대로 삼성의 경영구조에 대해 단정하고 있어 공소내용에 관해 증거로서 가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재판부가 그룹의 최종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청에 "미전실의 역할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모든 국민이 아는 팩트"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특검 측 '핵심 증인'이 법정에 나왔지만,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내놓지 못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특검의 '회유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법정에 출석한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신문과정에서 자신이 독일과 덴마크 등에서 탔던 말들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앞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왼쪽)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증인신문 전부터 법조계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신문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하지는 않았다.
앞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왼쪽)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증인신문 전부터 법조계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신문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 모친인 최 씨가 삼성에서 지원해준 말을 두고 "그냥 네 것처럼 타라"라고 말했고, 다른 승마선수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때가 되면 오겠지. 왜 자꾸 묻냐"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 역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최 씨 측 주장과 상충하는 것으로 '최 씨의 방해로 다수 유망 선수를 지원하려는 삼성의 계획이 변질됐다'는 삼성 측 주장과는 되려 맥을 같이 한다.

정 씨는 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삼성 측 관계자들과 만난 적 없고, 말 계약 부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고, 말과 관련한 얘기는 모두 엄마(최순실)를 통해 들었다"라면서 공소내용과 직접 관련 있는 삼성과 최순실이 독일 현지에 세운 코어스포츠 사이에서 치러진 계약 내용이나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2017년 7월 12일 자 <이재용 재판 '깜짝 출석' 정유라 "내가 탔던 말들 삼성 소유 맞다"> 기사 내용 참조)

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증인신문 역시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부정 청탁'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내용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대부분"이라며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 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삼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관해서도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2017년 7월 6일 자 <이재용 재판, 안종범 신문…삼성 'GIVE'만 있고 'TAKE'는 없어> 기사 내용 참조)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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