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곳곳이 한산하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면세점 사업권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황원영 기자 |
[더팩트│황원영 기자]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한화그룹의 면세점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면세 사업권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찾은 서울 여의도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한산하다 못해 정적이 감돌 정도였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2015년 11월 신규 면세점사업자 특허 심사에서 관세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당시 관세청은 4개 계량항목의 수치를 사실과 다르게 적용해 롯데면세점에 대한 심사 점수를 고의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와 두산면세점에는 점수를 과도하게 부과해 면세특허권을 넘겨줬다.
특혜 의혹이 알려져서일까. 이날 한화갤러리아 매장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입화장품&향수, 럭셔리 부티크를 판매하고 있는 그라운드플로어(GF) 매장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한 팀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체 매장에 있는 개인 고객은 5명뿐이었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된 상품을 다시 들여놓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 뷰티 매장 직원은 “품절된 지 2~3일 됐는데도 상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수급 문제겠지만 최근 벌어진 일(면세점 특혜 의혹)로 작은 문제도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럭셔리 시계와 쥬얼리를 파는 1층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고가 제품이 많은 탓인지 고객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만 애꿎은 상품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산화장품, 패션 액세서리 등을 파는 2층에는 고객이 다소 있었으나 바닐라코, 에뛰드하우스 등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특정 브랜드에 그쳤다. 한 매장 직원은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 다소 불안감이 퍼져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영향으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올해 1분기 4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
국산 상품과 전자제품을 파는 3층 역시 돌아다니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같은 층 고객서비스센터 내 마련된 쉼터에는 단 세 명의 중국인 고객만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액세서리 매장 직원은 “사드 보복으로 금한령이 내려진 후 고객이 많이 줄었다. 나아질 거라 믿고 있었는데 면세점 특혜 문제가 더해지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지난 시각이었음에도 “오늘 방문한 고객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만약, 향후 수사 결과에서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 한화갤러리아의 특허권이 취소될 수 있다. 관세법 178조 2하에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면세 특허를 취소한다’고 적시돼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까지 박탈되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손실은 물론 직원들의 거취도 불안정해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만큼 면세 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앞서 한화는 지난 3일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로 월임대료(21억 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후 제주공항점 월 매출액은 17억~19억 원에 머물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면세 사업에서만 4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과갤러리아타임월드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배 늘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면세점 특혜 의혹에 대해 “관세청을 상대로 한 로비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고 의아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