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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안철수 '책임론'으로 본 조양래 회장의 '도의적 책임론'
입력: 2017.06.30 05:00 / 수정: 2017.06.30 07:22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지난 10년 간 100여 명 가까이 근로자가 사망했지만,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 회장의 이런 태도는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조차 없는 무책임한 오너라는 비판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한 채 차량에 올라타는 조 회장. /장병문 기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지난 10년 간 100여 명 가까이 근로자가 사망했지만,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 회장의 이런 태도는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조차 없는 무책임한 오너라는 비판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한 채 차량에 올라타는 조 회장.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의혹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창당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당 해체까지 거론될 정도로 파문이 확산 중이다.

'문준용 취업 의혹 조작'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불똥은 국민의당을 넘어 안철수 전 대표에게로 번지는 분위기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준용 씨의 취업비리를 TV토론이나 유세 현장에서 적극 발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지율 하락 부침을 겪었던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에게 준용 씨의 취업비리 의혹 제기는 중요한 선거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 보니 이번 준용 씨 의혹 조작 사건에서 안 전 대표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이번 의혹 조작을 알았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당원 차원의 조작이지 안 전 대표는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알았다면 문제가 더 크겠지만, 몰랐다 하더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준용 씨 의혹 조작'에 관해 안 전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도의적 책임은 법적으로는 책임추궁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그 행위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를 말한다. 도의적(道義的)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덕적 의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이번 사건에 직접적 개입이 없었더라도 당시 국민의당의 대선 후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도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평당원이자 안철수 전 의원의 제자 이유미(오른쪽)씨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입사 의혹을 제기한 녹취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과 국민은 안 전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국민의당 평당원이자 안철수 전 의원의 제자 이유미(오른쪽)씨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입사 의혹을 제기한 녹취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과 국민은 안 전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정치권이나 국민은 왜 안 전 대표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할까.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이유미 당원과 안철수 전 후보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웬만해서는 후보의 팔짱을 이렇게 끼고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안철수 전 후보는 침묵하고 있다. 국민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심기준 최고위원도 "안철수 전 의원님. 언제까지 이 청년들 뒤에 숨어 계실 것인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불법 대선 조작 게이트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정치 생명에 큰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안 전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질 것인지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도의적 책임은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의 경우도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하지만 오너 기업의 경우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는 일이 허다하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때 외면하고 보자는 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이 상당하지만, 최근 10년간 노동자 사망에도 이렇다 할 언급조차 없는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정치권이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에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 문제는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빠지지 않고 문제로 지적됐다. 왜 그랬을까.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업계 1위, 세계 7위'지만, '죽음의 공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전, 금산공장 그리고 중앙연구소에선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93명의 직원이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종훈 의원실(무소속)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암, 순환기 질환 등으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죽어나갔지만,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산재 승인율은 사실상 0.9%에 불과하다. 조양래 회장이 노동자 사망에 개의치 않는 이유도 산재 승인율과 비례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국타이어는 산재 승인율을 내세우며 문제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정치권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근로자 원인불명 사망에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근로자만 사망할 뿐 이렇다 할 보상이나 조양래 회장의 도의적 책임은 없는 상황이다.

한 기업의 근로자 사망 문제를 이렇게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드물뿐더러 기업 오너가 이처럼 철저하게 외면하는 경우도 흔치 않아 보인다. 최소한 기업의 오너라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에 앞서 회사를 위해 일하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한 근로자들에게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정치권 관계자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양래 회장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오너라는 자리가 그냥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조양래 회장이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고, 자사는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공장 내 근무 환경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터뷰 거부 사유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더팩트 기자가 조 회장에게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제지하는 모습. /장병문 기자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고, 자사는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공장 내 근무 환경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터뷰 거부 사유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더팩트' 기자가 조 회장에게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제지하는 모습. /장병문 기자

조양래 회장은 지난 21일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했다. 근로자 사망과 도의적 책임에 관해 물었지만, 조양래 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4억 원대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고, 자사는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공장 내 근무 환경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터뷰 거부 사유를 밝혔다.

조직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다고 최고 책임자나 책임질 자리에 있었던 사람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준용 씨 사건을 대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국민이 안 전 대표에게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물며 조양래 회장은 회사의 실질적 회장으로 있으면서 법적 책임이 없다는 핑계로 도의적 책임마저 외면하고 있다. 1층 없는 2층은 존재할 수 없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 세계 7위' 한국타이어 위상은 단순히 조양래 회장 1인의 힘이라고 할 수 없다.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한국타이어의 위상엔 원인불명 사망 근로자들의 넋이 있었기 때문임을 조양래 회장은 진정 모르는 것일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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