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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직격] '죽음의 공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에게 묻습니다
입력: 2017.06.27 05:55 / 수정: 2017.06.27 08:53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100여 명의 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한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애마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있다. /장병문 기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100여 명의 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한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애마'인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있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과연 회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의적 책임은 느끼고 있을까.

지난 20년 동안 100여 명의 공장 근로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한국타이어 그룹 총수 조양래(80) 회장에 대한 직격 인터뷰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시도됐다. 몇 차례의 시도가 물거품이 된 뒤 맞이한 지난 2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 빌딩 앞. 지하주차장에서 롤스로이스 고스트의 육중한 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서실과 경비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조양래 회장도 건물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질문을 할 수 있는 순간, <더팩트> 취재진이 차량에 탑승하려는 조 회장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최근 20년 동안 100명이 넘는 한국타이어 공장 근로자가 사망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룹 총수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까?"

"……"

조양래 회장은 취재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명함을 받아 잠시 쳐다본 뒤 비서실 관계자에게 넘겨줬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업무용 차량에 올라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이고, 자사는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공장 내 근무 환경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인터뷰 거부 사유를 밝혔다. <더팩트>는 공장 근로자 사망사건에 대한 그룹 총수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1981년 한국타이어 회장에 올라 20년 이상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왔으며 2012년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로 취임한 조양래 회장에 대한 공식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 "근로자 사망에 대해 도의적 책임 느끼세요?", 대답 없는 메아리

<더팩트>는 지난 1일 '[TF이슈]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 쟁점, 문재인 정부는 풀 수 있을까'를 보도했다. 최근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1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각종 질병으로 사망했음에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한 인원이 대다수이고, 공장에선 제대로 된 교육과 안전 장비가 없었으며 노동 탄압도 존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 없이 차에 탔다. 취재진이 재차 인터뷰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경비 관계자가 제지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뛰어오고 있다. /장병문 기자
조양래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 없이 차에 탔다. 취재진이 재차 인터뷰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경비 관계자가 제지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뛰어오고 있다. /장병문 기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 수사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촉구서를 제출했고, 조양래 회장에게 보내는 질의서 역시 <더팩트>를 통해 한국타이어 측에 전달했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년 동안 풀지 못했던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을 둘러싼 의혹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측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21일 한국타이어 본사에서 조양래 회장을 직격 인터뷰해 '근로자 사망 사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산재협의회와 한국타이어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회사 공장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고 했지만 취재 결과 조 회장은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었다. /장병문 기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고 했지만 취재 결과 조 회장은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었다. /장병문 기자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기존 대전공장 측과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산재협의회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입을 뗀 관계자는 "우선 사망자 수와 관련해선 교통사고, 자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잠시라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한 직원이 모두 집계돼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현재 한국타이어 공장에선 산재협의회가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는 발암 물질인 벤젠, 솔벤트(톨루엔, 자이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과거 타이어 성형 과정에서 극소수량의 벤젠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대체했다"며 산재협의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한국타이어는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2007~2008년 대대적인 역학조사 이후 꾸준히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또한, 공장 내부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600억 원을 투자했다. 노조와 관계 역시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가 상생하는 분위기다"며 사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업계 1위, 세계 7위'라는 명성에도 '죽음의 공장'이라는 꼬리표가 20년째 따라다니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전, 금산공장 그리고 중앙연구소에선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93명의 직원이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종훈 의원실(무소속)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암, 순환기 질환 등으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 문재인 정부가 풀어주길 기대하는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산재협의회의 주장에 따르면 하청업체 직원, 퇴사 후 사망한 직원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도 적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사망한 직원은 최소 139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백 명의 한국타이어 공장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고, 몇몇 전·현직 직원들 역시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산업재해 보상을 받는 인원은 극소수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역학조사에도 유기용제(시너·솔벤트 등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합물질로 휘발성이 강하다. 공기 중에 유해가스의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중독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과 인과관계가 불분명해 의학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복된 유해물질 역시 현행법 기준치 이하로 판정되는 등 한국타이어 근로자에게 산재 승인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199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타이어 산재 신청 승인 비율은 채 1%도 안 된다. 지난 2007년 12월 산재보상보험법이 전면개정됐으나 이후에도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산재 승인율은 사실상 0%대(약 0.9%)에 머물러 있다.

산재 승인도 어렵지만, 공장 내 노동탄압도 엄청나다는 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 장비 역시 열악하며 설령 병을 얻어 산재 신청 이야기를 꺼내면 권고사직은 물론 집단 따돌림까지 갖가지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 금산공장 그리고 중앙연구소에선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93명의 직원이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내외부. /이성로 기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제공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 금산공장 그리고 중앙연구소에선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93명의 직원이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내외부. /이성로 기자,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제공

반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측은 "우리는 법적 기준이 있다면 그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근본적으로 산재 인정 여부는 한국타이어가 정하는 게 아니고 근로복지공단이 정한다"며 "안전 교육을 비롯해 안전 장비에 대해선 법적으로나 내부 규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주장은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산재협의회는 대선 기간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고'와 관련해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새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정부 조국 민정수석에게 촉구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산재협의회는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자 22일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해결 약속 조속이행 촉구서를 보낸 상태다.

정치권도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원인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 "한국타이어 공장은 정상적인 사업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심상정 대표 측은 "한 해 평균 7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도 (노동자 사망이) 반복되고 있다면 당국의 관리 감독이 매우 소홀히 한 것이며,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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