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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영의 Tip&Tok] ‘늦은 후회’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사과만 몇 번째죠?
입력: 2017.06.27 00:05 / 수정: 2017.08.30 15:10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과문 발표와 함께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임세준 기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과문 발표와 함께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방배동=황원영 기자] 공자의 수제자 안회는 논어 '옹야(雍也)'편에서 "남에게 불쾌한 감정을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았다(불천노 불이과)"고 했다. '준성인'으로 불린 안회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데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말보다 실천'이 절실한 사람이 있다. '치즈 통행세' 등 공정거래법위반과 '보복 영업'으로 한 점주를 자살에 이르게 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두 번의 대국민 사과 끝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한때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꼽힌 그였다. 정 회장은 1990년 미스터피자 1호점을 세운지 21년 만에 국내 피자업계 1위에 올려놨다. 일본 브랜드인 미스터피자를 들여온 후 약 20년 뒤 상표권 자체를 인수해 '피자업계 신화'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갑질 논란'과 반복된 대국민 사과 끝에 그의 영광도 퇴색했다.

정 회장은 26일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제 잘못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에게 사과한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프랜차이즈 경영 전반은 최병민 MP그룹 대표이사가 맡게 된다.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가 방배동 본사 등 3곳에 관한 압수수색을 한 지 5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MP그룹과 치즈를 공급하는 관계사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정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동생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유통 과정에 끼워 부당한 가격에 공급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광고비 90%를 가맹점에 전가하고, 자신의 자서전을 가맹점주에게 강매한 의혹도 제기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경비원 폭행 혐의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자신이 나가지 않았는데 현관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건물 경비원을 때려 상해 혐의로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그는 서대문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저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매일 근신하며 살겠다"고 연신 허리를 숙였다.

경비원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우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두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비원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우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두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하지만 매일 근신하며 살겠다는 그의 다짐은 365일을 채우지도 못했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의 전횡을 호소하다 탈퇴한 점주들이 올해 초 경기 이천과 동인천 지역에 가게를 차리자 근처에 영업점을 내는 방법으로 보복 영업을 했다. 그가 보복 출점을 한 것은 지난해 4월 대국민 사과 이후 반년이 겨우 넘은 시점이었다.

'갑질'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한 그는 직영매장을 통해 1만4000원짜리 치킨을 5000원에 팔고, 피자를 주문하면 돈가스를 추가로 주는 등 초저가 정책을 펼쳤다. 이런 마케팅이 경쟁업체에 미칠 손실까지 꼼꼼하게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3월 피해를 본 점주 이 모씨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질' 중에서도 '갑질'이 아닐 수 없다.

업계 내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이 있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복된 논란으로 인해 미스터피자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다. 폭행 사건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번지며 60여개(전체의 약 14%) 가맹점이 폐점했다.

이에 따라 MP그룹 실적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736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3% 감소했다. MP그룹은 2013년 170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14년 1428억 원, 2015년 1103억 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지난해에는 970억 원으로 매출이 대폭 줄었다.

그가 지난해와 올해 대국민 사과에서 허리를 굽힌 횟수는 모두 8차례에 이른다. 그는 두 번의 대국민 사과에서 "본인 잘못에 대해 많은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공자는 안회를 두고 "의견을 얘기하지 않아 바보인 줄 알았으나 모두 실천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 회장 역시 '말 보다는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도, 대국민 사과문도 모두 실천이 없으면 한 순간의 임기응변이 될 뿐이다.

정 회장이 사퇴한 것을 두고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다. 27년간 일궈온 미스터피자에서 손 뗄 만큼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정 회장은 보복출점으로 지적된 미스터피자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은 이유를 불문하고 폐쇄하겠다고 했다. 식자재 공급에 있어서도 일체의 친인척을 배제하고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식사재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외부 전문가와 가족점(가맹점) 대표, 소비자 대표로 이뤄진 '미스터피자 상생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상생방안과 구체적인 경영쇄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미스터피자는 개인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상생협력을 기본으로 한 투명경영을 펼치겠다." 소비자는 정 회장의 위와 같은 약속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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