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31일 열린 가운데 최순실과 삼성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삼성에서 정유라 개인에 대한 승마지원에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다수 승마 선수들의 올림픽 진출을 지원하려 했다"라고 진술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31일 열린 가운데 '최순실의 대리인'이자 삼성 승마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삼성에서 정유라 외에도 다수 승마선수를 지원하려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21번째 재판에서는 박 전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삼성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실체를 사전에 알고 최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에 나섰는지 여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박 전 전무는 지난 2015년 8월 26일 삼성과 최순실이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 목적과 관련해 "삼성에서는 정유라 외에도 다른 선수에 대해서도 마필과 훈련 등을 지원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삼성에서 오직 정유라 개인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명목상으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는 특검 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특검은 코어스포츠는 계약 전날(2015년 8월 25일) 업체 등록을 하고, 실제로는 승마 매니지먼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회사라는 점 등을 정유라 개인을 위한 특혜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전 전무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코어스포츠 계약 과정을 살펴보면, 삼성에서는 오직 정유라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삼성에서) 정유라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 목적 자체는 승마 종목 자체에 대한 지원으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원하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공소내용과 다른 답변이 나오자 특검은 "고액의 후원을 하면서 최순실이 원하는 대로 다 맞춘 것은 물론 컨설팅 업체가 제대로 된 회사인지도 판단하지 않은 것을 보면, 삼성에서 정유라에 대한 특혜 제공이 가장 주된 목적이었던 아니냐"고 재차 질문했지만, 박 전 전무는 "당시 삼성의 지원에 대해 고무적인 생각만 했다"라며 "(정유라 외에) 다른 선수들이 독일에 오게 되면 새 코치진도 짜고 하면, 프로젝트 수행이 원활하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삼성에서 비선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는 삼성 측 설명과 다른 진술이 나왔다. 삼성은 2015년 7월 29일 박 전 전무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전 승마협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라고 전하면서 최 씨의 실체를 알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박 전 전무는 "당시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사이인 줄도 알지 못했고, 박 전 사장이 먼저 정유라를 포함한 올림픽 지원 플랜을 세우라고 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