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9번째 재판이 26일 열린 가운데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와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어떠한 청탁도 받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부위원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와 관련해 삼성에서 '그룹 견해를 관철해달라'라고 부탁한적 없다"라며 특검이 제기한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19번째 재판에서는 김 전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전날(25일)에 이어 지난 2015년에 단행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한 삼성이 청탁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0월 14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공정위 기업집단과 실무진은 김 전 부위원장과 정재찬 공정위원장의 결재를 거친 보고서의 내용을 삼성과 청와대에 구두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4일과 25일 기업집단과 소속의 석 모 사무관과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전 경쟁정책국장)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온 진술 내용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이후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특검과 변호인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2015년 11월 17일 김 전 부위원장이 김종중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난 이후 같은 해 12월 23일 공정위는 계열사 지분 매각 범위를 기존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특검은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바뀐 것이 '삼성→청와대→공정위'로 이어지는 뇌물 연결고리의 결과물이라는 견해다. 김종중 사장이 김 전 부위원장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려줄 것을 청탁했고, 청와대 역시 공정위에 삼성의 견해를 관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으로 김 전 부위원장은 삼성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는 법리 해석에 대한 문제인 만큼 공정위원장의 결재가 난 사안이라 할지라도 검토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지 재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김종중 사장과 만남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김종중 사장은 공정위 검토, 이 가운데 특히 SDI가 보유하게 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해석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며 김종중 사장의 메시지가 '청탁'이 아닌 '재검토'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김종중 사장을 만나고 나서 실무자들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실무자들의 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섰고,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라며 "1차 보고서에서 공정위원장의 결재가 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정위 내부 결재 단계로 법리 해석과 관련한 사안인 만큼 판단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지 재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곽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진술하면서 "특검의 조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곽 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특검에서 진행한 참고인 조사 당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2015년 12월 21일 전화를 걸어 왔고, '삼성이 (공정위의) 검토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말하며 재검토를 요청했다"라고 진술했다.
특검이 당시 진술 내용을 제시하며 청와대에서도 공정위에 '입김'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캐묻자 그는 "그런 취지로 진술한 적 없다. 담당 검사가 '이렇게 해야 앞뒤가 맞는다'라며 본인이 한 말을 적은 것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서도 조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담당 검사를 다시 찾아갔지만, (검사가) 퇴근한 상태였다"라며 "당시 (최 비서관에게) 처분 주식 범위를 500만 주로 해야 할지를 두고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고, '기업 편의를 봐줄 생각이 없다'는 말까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